여름방학을 끝내고 가을 학기를 맞은 3학년 어느 주말 일 년여를 같이 공부를 하던 학생이 등산을 가자고 제안을 해왔다. 등산 코스는 공주 근교의 계룡산이고 ‘갑사’라는 절을 지나 계룡산을 넘으면 대전 쪽으로 ‘마곡사’가 있는데 가을 경치가 참 아름답다고 설명을 한다.
등산객들이 많다고는 하나 직감적으로 오는 방어의식은 어쩔 수가 없어 직답을 피하고 생각해보겠다고 해놓고 생각하니 우습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손 한번 잡아보겠다는 그 마음이 우스웠고 험한 등산길을 내 체력으로 이겨낼 수가 있을까 하는 마음에 겁이 났던 것이었다. 며칠을 생각하다가 같이 가겠다는 약속을 하고 날이 되어 모임 장소에 나가 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와 웅성대고 있었다. 일행은 모두 버스에 타고 계룡산 밑에 까지 가서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등산이 시작됐다.
등산로가 잘 되어 있는 것도 아닌 험한 산이었다. 입구에서부터 ‘갑사’까지는 그리 힘들지 않게 걸어갔는데 산 중턱쯤 올라가니 힘이 들기 시작했다. 도로 내려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우리를 태우고 온 버스는 이미 떠나 산 너머 반대쪽 ‘동학사’에서 기다리기로 약속돼 있으니 되돌아 갈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검점 더 힘이 들고 걷기가 어려워졌다. 손이라도 잡아달라고 하고 싶은데 체면이 말이 아닌 것 같아서 헐레벌떡 거리며 올라가려니 조금 앞에 가던 그 남자 친구가 “제가 좀 잡아줄까요?”하고 말하는데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어 잡았다. 그 후로는 어찌나 발걸음이 가벼운지 그 높은 산을 별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정말로 아름답고 볼만한 경치며 훌륭한 등산 코스였다. 크고 작은 나무들이 저렇게 울창하여 그늘 속에서 걸어왔는데도 그렇게 힘이 들었는데 왜 저 친구의 손을 잡고 올라오니 덜 힘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니 그늘이었다.
큰 나무, 작은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지마는 저 친구의 그늘은 정말로 크고도 넓어서 따가운 햇빛을 가려주고도 힘까지 보태주었던 것이다. 조금 더 지혜로웠더라면 좀 덜 힘이 들었을 것을 하고 생각해 보았다.
역시 지혜롭게 살아야겠고 지혜를 구하며 살아가는 생활이 되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지혜는 인생의 올바른 방향 감각이 아닌가? 일회성 생애를 사는 우리의 인생, 예술가처럼 창조하고 아름답고 지혜롭게 살아야 하겠다. 절대 운명은 피해갈 수 없지만 상대 운명은 우리의 지혜와 노력만 있으면 우리가 만들어갈 수가 있지 않은가?
등산을 간 것이 상대 운명이요, 내민 손을 잡은 것도 상대 운명이 아닌가? 큰 그늘을 느낀 것도 상대 운명이요, 지혜라 생각된다.
남에게 큰 그늘이 되어준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창조적인 일인가? 창조의 힘은 크다. 자기 창조는 자신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며 남에게 그늘이 되어주는 것이다. 남에게 그늘이 되어준다는 것에 대한 감사를 이렇게 절실히 느껴본 적이 없었던 나는 그 슬기롭고 창조적인 그늘 앞에 말없이 감사를 느꼈다.
철학에서는 이런 것들을 보고 우연이라, 운명이라 말할 수 있고 종교에서는 하나님의 뜻이라 말한다. ‘네 운명은 너 자신의 가슴 속에 있다’라고 말한 독일 시인 ‘쉴러’의 말이 떠오른다.
노력하는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했던가? 느끼는 만큼 그늘이 커지리라.
정영희
중앙결혼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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