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9일, 이 대통령은 ‘천안함 희생장병 추모연설’을 하는 도중 승조원 46명의 이름과 계급장을 일일이 호명하다가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 엄숙하고 눈물겨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이나 시청한 사람들도 예외 없이 눈시울을 적셨을 것이다. 아니 전 국민이 그 순간엔 비통한 심정을 가눌 길 없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무한한 책임과 아픔을 통감하면서…”라고 하면서 “이제 여러분은 우리를 믿고 우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편안히 쉬기를 바랍니다. 명령합니다”라 힘주어 말하고는 눈물을 닦았다. 또한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낱낱이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철통같은 안보로서 나라를 지키겠다”는 강한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천안함 침몰 당시 서해에서는 미국 이지스함을 비롯해 수많은 함대가 최신장비를 갖추고 실전과 같이 하는 한미합동훈련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24시간 쉬지 않고 작동하는 각종 레이더가 있었고, 격상된 삼엄한 경계가 취해지고 있었을 것이다. 적의 침투를 수색 타격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천안함이 초계작전 중 침몰하고 말았다. 그런데 온갖 추측과 억측이 난무한 가운데, 외부의 충격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더니 졸지에 북쪽을 지목하고 나섰다.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로 한미합동군사작전이 진행되는데, 이를 비웃기나 하듯 북쪽에서 치고 달아났다면 UFO나 신출귀몰이라고 밖에 달리 볼 도리가 없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천안함 침몰의 배후가 북쪽이라는 결론이 처음부터 내려진 가운데, 미국 조사관 15명을 비롯해 국제 조사관들이 비공개리에 사고 진상을 조사한다고 한다.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에 발생한 사건이라 당연히 미국도 일련의 책임이 있음은 불문가지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가 바로 군 당국인데, 이들의 지휘와 감독 하에 조사가 진행된다니 “눈감고 아웅”이 아니고 무엇인가? 미군도 이번 사건의 조사대상인데, 미 장성을 단장으로 하는 조사관들이 대거 조사팀에 포진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김 국방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물증이 제한되기 때문에 영구 미제 가능성도 있다”는 묘한 여운을 남겨서 결국 영원히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로 남게 될 공산이 크다는 말임이 분명해 보인다. 결국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고, 증거도 없이 그저 만만한 북쪽 탓으로만 돌리는 처방이 만들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아마 처음부터 그런 각본이 짜였을 가능성이 많다.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한 말 속에는 잘못을 시인하고 인정한다는 뜻이 들어있어야 한다. 철저하게 사고 원인을 조사해 밝히겠다는 말 속에는 숨기지 않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안보’라는 간판을 내걸고 등장한 정권이 안보 사각지대를 만들어 무고한 56명의 생명을 잃었다면 책임 통감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대폭 쇄신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 속에는 전임자가 만든 남북 ‘서해평화협력지대’ 합의를 계승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서려있어야 한다. 적개심에 불타 머리띠를 두르고 북쪽을 향해 삿대질이나 하는 것이 안보가 아니라, ‘진정한 안보’는 바로 ‘한반도의 평화’라는 것을 이번 서해 참사가 우리에게 던진 결정적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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