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은 요즘 오키나와의 미 해병대 극동 거점인 후텐마 기지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소음, 미군범죄, 환경문제 등으로 기지 이전을 오래 전부터 요구해온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르고 있지만 미군은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 등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하는 이 곳 기지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집권에 성공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정권이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현 밖으로 내보내겠다는 선거공약을 내세운 바 있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오키나와의 미 공군·해병대 거점
한국 안보 직결 ‘전략적 요충지’
주민 10만명 “기지 이전” 시위
총리 “내달까지 결론” 귀추 주목
일본의 서남단 태평양에 떠있는 섬 오키나와 현청이 위치한 나하시 부근에는 태평양 일대의 최대 규모라는 가데나 미 공군기지와 극동 미 해병대의 거점인 후텐마 기지가 들어서 있다.
가데나 기지는 매머드급 통합작전본부다. 주둔 인원도 2만2,000여명에 달하고 상시 배치된 전투기 숫자도 100대를 넘으며 연간 유지비로 130억달러가 소요된다. 기지에 배치된 전투기도 단순하게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첨단 F-15 전투기를 비롯해 모든 형태의 항공기가 망라돼 남다른 능력을 과시한다.
`커다란 원’(big circle)이라는 뜻의 오키나와는 일본 본섬과 대만 사이의 바닷길을 점점이 가로지르는 섬들로 구성돼 있다. 태평양 해저의 지각판이 아시아 대륙에 못 미쳐 주름이 잡히면서 뾰족하게 물위로 솟아오른 이 섬들은 한반도와 중국 대륙을 멀리서 에워싸는 포위망이며 전략적 요충일 수밖에 없다. 이곳을 거치지 않고는 대양으로 나길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동북아 안보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입장에서는 비교할 곳이 없을 정도로 중요한 지정학적 요충이기도 하다. 이런 오키나와를 중국은 500년 전부터 바다의 종석이라고 불렀다고 전하며 미군도 이를 받아 `태평양의 키스톤’이라고 부른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2006년 주일미군 재편안에 합의한 뒤 정해진 로드맵을 따라 작업을 진행해 왔으나 후텐마 기지 이전문제라는 암초를 만나 막바지 홍역을 치르고 있다.
미국은 당연히 후텐마 기지의 오키나와 밖 이전은 전략적 공백을 불러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오키나와 주민들은 10만여명이 모이는 대규모 시위까지 벌이며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해병대의 유일한 해외 기지인 후텐마 기지의 해병은 한반도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서는 흘려보내기 어려운 흐름이다.
미 해병 관계자는 후텐마 기지의 문제점을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소음피해이고 두번째는 미군 병사에 의한 범죄, 마지막이 환경오염 문제였다.
이런 문제는 반 미군기지 성향이 강한 오키나와 현지 언론과 교원노조 등에 의해 증폭되고 있다는 판단도 결들여졌다.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 있는 하토야마 총리는 5월 말까지 결론을 내리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 결론은 원안대로 오키나와섬 북부의 캠프 슈워브로 옮기는 것이 될지, 아니면 오키나와 부속 섬으로 기지를 이전하는 안이 될지, 그렇지 않으면 제3의 지역에 대체지가 마련되는 형식이 될지 아직까지는 불분명하다. 어떤 방안이든 강력한 반발을 수반될 것이기 때문에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다.
결론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문제의 결론이 한반도 안보와 결코 무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후텐마 기지를 포함한 오키나와 미군 기지로부터 서울은 1시간 이내의 작전반경에 속해 있다.
오키나와 미 해병대 공군기지 이전을 촉구하는 9,000여명의 시위대들이 25일 오키나와 남쪽 작은 섬인 요미탄슨의 한 운동장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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