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온 지 25년이 지나 고희를 막 넘겼다. 요즘 생각이 많아 털어 볼까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봤다. 아직도 한국에 있었다고 한다면 파고다 공원이나 종묘 앞 공원에서 노인들 틈에 끼어 소일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재작년에 친구들 몇몇 부부와 고희 여행을 고국에서 보내고 왔다. 전철을 타도, 공원을 가도 노인들이 넘쳐났다. 마치 전철이 노인들을 위한 전유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게 문제다. 점점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노인들이 늘어 가는데 노인들이 집에 있어 뭐하냐 싶어 거리를 헤매고 있는 것 같다.
용돈 만원과 도시락 들고 전철을 타면 온양 온천을 다녀 올 수 있다 한다. 전철은 공짜이니 말이다. 점심은 도시락으로 입욕비와 커피 한 잔이면 딱이라고 한다.
이런 형편도 못되면 파고다나 종묘 앞에서 하루를 보내야 된다. 친구 중에 평상시에 열심히 일하던 친구가 퇴직해서 하루를 공원에서 소일하고 오후 늦게 귀가 한다고 한다. 또 한 친구는 은퇴해서 집에 있으면 뭐 하냐며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다.
먹을 것을 주느니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얘기가 있다. 칠십을 갓 넘은 나 같은 경우는 노인회에 가보면 제일 젊은 축에 든다. 가봐야 심부름과 수발을 들어야 하니 나도 그렇고 친구들은 아예 갈 생각을 안 한다. 애꿎게 주중 5일을 골프장에서 소일하는 친구도 있다.
노인회가 많이 있다. 컴퓨터니 라인 댄스와 영어 회화 등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작은 일거리를 주어 건강한 노인 어른들의 무료한 날들을 보람 있는 날들로 바꾸었으면 더욱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환용 / 버지니아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