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에 있는 한국정부의 재산을 몰수한다고 하고, 민간 재산도 또한 몰수하겠다고 했단다. 한국과는 금강산 관광 사업을 안 하겠다는 말인 듯하다.
나는 4년 전 금강산 관광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한마디로 그것은 ‘씁쓸한 관광’이라고 했어야 할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금강산을 배경으로 한 축구장 2~3배 정도 넓이의 무대에서 1950~60년대의 유행했던 서커스단의 제1부 서커스공연을 보고, 제2부 아코디언 연주를 반주로 이상한 악센트의 한복 입은 여자들의 신파조 노래를 듣고 재래종 고구마를 구운 것과 병막걸리를 먹은 것이 전부였다.
물론 입국비자를 받느라고 6.25동란 이후 처음 보는 인민군과 몇 마디 하는 약간의 긴장감, 금강산 휴게소까지 가는 버스길에 나무젓가락 같은 전봇대와 퇴폐해 보이는 동네 모습으로 “우리가 너희보다 잘 산다”라는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무대소품, “사진 찍지 말라, 줄에서 벗어나지 마라” 하면서 금강산 산행도 있었고 그 운동장같다고 했던 휴게소 귀퉁이에 온천(?)도 있었지만 어찌되었던 나에게는 그것이 전부였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우선 나는 금강산이 소위 오버 프라이스드(OVER PRICED) 다시 말해서 과대평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사실 우리는 예부터 금강산을 주제로 하는 시부터 음악회 때마다 자주 부르는 가곡에 이르기까지 찬사, 찬미도 많았고 중국 사람들이 죽기 전에 금강산을 보아야한다 했다고 으쓱대기도 했다. 그러나 교통이 발달하기 옛날 세대의 우물 안 개구리같은 생각이 아닌가 싶었다. 금강산이 아름다운 산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전 세대에 공정한 심판관들을 모아 전 세계에 명산들을 돌아보고 평가하려고 한다면, 금강산이 100등 안이라도 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지금도 나는 갖고 있다. 그리고 관광지에 필수적인 호텔을 비롯한 여러 곳에 편의시설, 교통, 오락, 쇼핑, 먹거리 등등을 고려한다면 금강산은 관광지로서 낙제점일 것이다.
내가 왜 이런 지나간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느냐 하면 지금 남북한이 금강산관광 중지 운운하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금강산’의 진정한 가치를 서로 과장해서 생각하기에 큰 잘못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북한은 아주 크게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세계의 관광객들, 특히 중국 사람들이 그 비싼 돈 들여서 과연 몇 명이나 금강산을 방문할 것인가. 또한 남한의 사람들에게 중국, 태국,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등의 관광비용과 금강산이 같은 값이라고 하면서 어디를 가겠느냐고 묻는다면 과연 몇 명이나 ‘금강산에 가겠소’ 할까 스스로 물어보고 대답을 생각해봐도 그 결과가 별로 좋지 않을 듯하다.
남한은 평화적 남북통일이란 먼 장래를 생각하고 시작했던 관광이었고, 북한은 금강산 관광으로의 실리적 이해에 따라 시작된 것이었으니, 북한은 과대망상(?)의 큰 착각으로 순수한 관광으로서의 가치가 대단한 것이어서 관광을 막으면 남한 사람들이 아쉬워 할 것이라는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적으로 시작된 것이었으니 정치적으로 풀어야지, 그 시작의 기본생각을 잊어버리고 모두가 염증을 느끼는 벼랑 끝 협박으로의 어떤 이익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할 것 같다.
이영묵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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