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천안함에 희생된 46명의 순국 장병들의 장례식으로 모든 국민이 슬픔에 잠겨있다. 나라 곳곳에는 애도의 분향소가 마련되고 있다. 더구나 그들 중 6명은 배와 침몰해 바다속으로 사라져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앞으로도 바다를 향해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시도 때도 없이 바닷가로 달려가 눈물을 흘릴 것이다. 사랑하는 부모와 형제 등 가족에게는 일생 멍에처럼 짊어지고 갈 아픔을 남겨두고 가족과 나라를 지킨다는 명목아래 목숨 던지고 그리 홀연히 떠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올해로 6.25 전쟁 발발 60주년, 우리는 왜 아직도 분단국가 상태로 끝나지 않은 전쟁을 잊어버릴 만하면 계속해 가고 있는 것일까.
세 아들을 가진 군인, 세 딸을 가진 군인,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는 둘도 없이 자상하던 아버지들 얘기, 한 달음에 달려오는 아버지를 끌어안던 그 주말에 이제는 더 이상 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슬픔이 그들을 목 메이게 했다. 아버지 없이 자란 김 중사는 아들과 아내를 두고 갔는데, 동네 사람들조차 너무 안타까워 “그래 아비 없는 자네 팔자 꼭 아들에게 물려주고 떠나야 했는가”라면서 원망의 눈물을 함께 흘렸다고 했다. 마지막 배를 타기 전에 책과 사진들을 집에 부치고 아버지가 준 손목시계는 사고가 나면서 그 오랫동안 바다 속에 있다가 그와 함께 후에 육지에 올라왔는데도 계속 가고 있어서 다시 가슴을 찌릿하게 했다.
그래도 무사히 살아 돌아온 사람들이 있고 모두 온 정성을 다해 수색 작업을 계속했으며 그중 추운 날씨에 파도마저 높아 다른 사람들의 희생이 생기면서 유가족들은 배려와 사랑으로 수색을 더 이상 하지 말라고 했다는 마음은 아들 또는 남편을 잃어 가슴 에이는 그들에게 다른 생명도 함께 걱정하는 담대한 결정이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하게 보이는지 모른다.
옛 부터 임금님이 승하하면 내시(內侍)는 임금님의 옷을 들고 지붕에 올라가 북쪽을 향해 임금님의 혼이 돌아오기를 기원했으며 아래에서 기다리는 내시는 이를 받아 그의 몸을 덮어 다시 살아 돌아오기를 기원했다. 제발 살아서 돌아와 달라는 천안함 군인의 아내들, 어머니, 그리고 아이들의 애끓는 소리를 바다 저쪽 끝에서 그들은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식구들의 애끓는 안타까운 마음이 멀리서도 들리는 듯하다. 그들의 명복을 빌며 여기 오래 전 김소월시인이 아주 가까운 친구를 잃고 썼다는 ‘초혼(招魂)’이 생각나 여기에 옮겨본다.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이여/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있는 말 한마디는/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 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떨어져 나간 산 위에서/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서름에 겹도록 부르노라 /서름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멀구나/선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사랑하던 그 사람이여.../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조국을 지키다가 서해 앞바다에서 한 떨기 꽃처럼 스러져 간 천안함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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