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새 총리에 데이빗 캐머런(43) 보수당수가 임명됐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1일 오후(현지시간) 고든 브라운 총리가 사퇴한 뒤 캐머런 보수당 당수를 불러 총리에 임명하고 내각 구성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1997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출범한 노동당 정부는 13년만에 보수당과 자민당 연정에 정권을 넘겨주게 됐다.
양대 정당이 번갈아 가면서 정권을 잡아온 영국 정치사에서 연정이 출범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보수당과 자민당은 이날 오전 양당 당수가 1시간 가량 만난뒤 이어진 협상에서 연정 조건 등에 합의했다.
자민당의 요구사항인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양당은 호주식 선호투표제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키로 의견을 모았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오후 버킹엄궁에서 여왕을 만난뒤 관저인 `다우닝 10’에 입성했으며 조만간 내각을 구성해 발표할 예정이다.
재무장관에는 예비내각 재무장관을 맡았던 조지 오스본, 외무장관에서는 예비내각 외무장관을 맡았던 윌리엄 헤이그가 유력하다고 BBC가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관저에 들어가면서 “강하고 안정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해 자민당과 적절하고 완전한 연정을 구성하겠다”면서 “닉 클레그 자민 당수와 함께 당의 입장을 제쳐두고 공동의 이익과 국가적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자민당과의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결렬된 뒤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여왕에게 사임의사를 밝혔고 여왕이 받아들였다”면서 “야당 당수를 총리로 임명할 것을 조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특권이었다”면서 “직함이나 권위 때문이 아니라 이 나라를 보다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만들고 번영되도록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총리직을 사랑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실시된 총선에서 보수당이 306석, 노동당이 258석, 자민당이 57석으로 어느 정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탄생해 보수당과 자민당, 노동당과 자민당은 연정 조건 등을 높고 협상을 벌여왔다.
보수-자민 양당의 의석을 합하면 363석으로 과반인 326석을 넘어 안정적인 의회 운영이 가능하지만 양당의 정책과 입장 차이로 연정이 오래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새 총리에 임명된 보수당의 데이빗 캐머런 당수가 11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AP)
■데이빗 캐머런 총리는
중도 좌파 성향의 ‘블레어 상속자’
영국 총리 관저 `다우닝 10’의 새 주인이 된 보수당 데이빗 캐머런(사진) 당수는 보수당 개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39세의 젊은 나이에 당수에 올랐다. 1966년 10월 9일생.
그는 지난 2005년 마이클 하워드 당수가 총선에서 패배한 뒤 보수당 개혁과 집권을 내걸고 당수 자리에 오른뒤 5년만에 총리자리까지 올랐다.
당수 경선에서 의원들의 1, 2차 투표에서는 중진의 데이비스 데이빗 의원에 뒤졌으나 보수당원 29만명이 참가하는 우편투표에서 개혁을 염원하는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당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원고 없는 즉석연설을 통해 당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젊고 목소리가 청아하며 외모가 비디오형이어서 멀티미디어 시대에 적합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1966년 주식 중개인의 아들로 런던에서 출생한 그는 귀족학교로 알려진 이튼스쿨을 졸업하고 옥스포드대에 입학하는 등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대학에서 처음엔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는 학생 때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으며 오히려 폭음과 악행으로 악명이 높았던 클럽의 멤버였다. 이때 약물 흡입 경험은 당수 선출과정 등에서 수시로 경쟁자들에게 공격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시장을 중시하는 보수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블레어의 상속자’라고 부를 정도로 분배를 중시하는 중도 좌파의 철학을 갖고 있다.
과거 보수야당이 거부했던 기후변화 문제나 동성애자 권리 등에도 오히려 노동당보다 포용력을 보여왔다.
셰필드 경의 딸인 사만다와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뒀으나 첫째 이반은 병을 앓다가 6세 때인 지난해 2월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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