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콜로라도 보울더에 있는 한 커피샵에서 60여명의 엔지니어와 기업가, 금융인들이 티를 마시며 어떻게 이곳이 자본주의의 온상이 되었는지를 토론하고 있었다. 경험 있는 기업가와 투자가들이 하이텍 비즈니스를 시작하려고 지금 막 이주한 신참들과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이 작은 도시는 하이텍 기업들 창업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첫 3개월 동안 이곳에서는 벤처 캐피털로 5,700만 달러를 모아 11개의 하이텍 업체가 태어났다. 이로 인해 하이텍 산업 제조기로서의 보울더의 명성은 굳어지고 있다.
고급 인력풀 많고 주거환경 쾌적 이점
자유분방함 찾아 실리콘 밸리서 이동
한 달 전 이곳으로 이주해 한 달에 두 번 모이는 커피 클럽 멤버인 차드 맥김시는 “실리콘 밸리에서는 큰 연못 안의 작은 고기에 불과했으며 사람들이 별로 협조적이지 않았다”며 “여기서는 작은 연못에서 큰 고기 대접을 받으며 무엇보다 산이 근처에 있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제2의 실리콘 밸리”가 되려고 시도했던 커뮤니티는 많았다. 그러나 그 중에서 이에 필요한 돈과 대학, 하이텍 인력풀, 매력적인 생활환경을 갖춘 곳은 매우 적다. 그러나 보울더는 점심시간에 로키 산맥에서 하이킹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실리콘 밸리와 맨해튼에서 신참과 경력 하이텍 종사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곳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은 프로젝트 관리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랠리 소프트웨어, AOL이 산 소셜 미디어 서비스 회사인 소셜싱, 월트 디즈니가 산 아동용 웹디자인 도구 회사인 커푸프 등이 있다.
벤처 캐피털 자금도 엔지니어를 따라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 2007년에서 2009년 사이 벤처 투자가들은 이곳에 19억달러를 투자, 275개의 새 기업을 일으켰다. 이는 2004~2006년 16억달러를 투입, 247개 기업이 세워진 곳보다 늘어난 것이다. 이 돈은 보울더의 유명 회사인 파운드리사를 비롯, 실리콘 밸리와 뉴욕 벤처 회사에서 나온 것이다.
제2의 실리콘 밸리를 만들려는 다른 도시들의 노력에는 몇 가지 빠진 것이 있다. ‘창조적 계급의 흥기’라는 책을 쓴 리처드 플로리다는 세 가지 성공 요소를 꼽는다. 고급 인력풀과 이들을 잡아둘 수 있는 양질의 생활환경, 기술적 전문성, 그리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게 하는 개방성 등이다. 이런 개방성은 주로 비주류 문화에 많다. 그는 “보울더는 아름다운 대학 도시고 전문성과 재능, 개방성을 갖추고 있으며 창조를 저해하는 트래픽 등 부정적인 요소도 없다”고 말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자연 식품 회사인 와일드 오츠 마켓과 셀레스철 시즈닝도 이곳에서 시작했다. IBM 등 대형 기업이 연구소를 연 곳도 여기다. 일찍부터 바이오텍, 텔레콤, 데이터 보관 회사가 이곳에서 출발했다. 2005년 선마이크로시스템은 41억달러를 주고 이곳 스토리지 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콜로라도 대 실리콘 플래티론 센터의 기업 연구소장인 브래드 번탈은 “한 세대의 기업가들이 이미 성공을 거뒀고 이들은 떠나지 않는다”라며 “다른 곳에서는 돈을 벌어 딴 곳으로 가지만 이곳은 사람들이 머무른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경험 있는 기업가들이 신참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데 애쓰고 있다. 미팅과 대학 비즈니스 플랜 경연대회, 법률 상담소 등을 차려 놓고 기업가들이 특허에 관한 자문을 무료로 얻을 수 있도록 한다.
2007년 체육관에서 시작된 3개월 멘터 프로그램인 텍스타는 창업을 돕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거친 10개 회사 중 8개는 펀딩을 받았고 5개는 큰 회사가 인수했으며 3개는 아직 영업을 하고 있다. 텍스타 창업자인 데이빗 코언은 한 가지 실패한 것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보울더의 하이텍 커뮤니티가 얼마나 협조적인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온라인 회의 프로그램 회사인 이벤트뷰는 문을 닫았지만 이곳 직원들에게 일자리를 주겠다는 오퍼가 쏟아져 들어왔다.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간 30개 회사 중 절반이 이곳에 남았다. 이 중 몇몇은 라틴 식당인 아히 위 사무실에 있는 장소를 같이 쓴다. 그 중의 하나가 온라인 여행 저널을 만드는 에버레이터다. 이 회사 창업자인 네잇 애벗과 내티 졸라는 월가의 잡을 그만두고 경비를 줄이기 위해 부모 집 비하실로 집을 옮겼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고 보니 “너무나 환경이 좋았다”고 졸라는 말했다.
파운드리 파트너는 이 회사 투자자는 아니지만 이들로부터 정기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저녁 식사도 함께 한다. 텍스타 멘터 프로그램을 통해 마사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와 파트너십도 맺게 됐다.
파운드리 파트너는 커피샵도 운영하고 언제나 사람들이 찾아와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보울더는 실리콘 밸리에 의존하고 있다. 콜로라도에는 성장 기업을 지원할 충분한 투자가들이 없다. 많은 기업가들은 가주에 사무실을 열고 있다. 소셜싱을 만들어 판 맷 갤리건도 그 중의 한 명이다. 그는 지금 지도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심플지오의 창업자이다. 그는 “커뮤니티는 훌륭하지만 비즈니스로 보면 실리콘 밸리 만한 데가 없다”고 말했다.
콜로라도 대학이 하이텍 커뮤니티에 문호를 개방하고는 있지만 스탠포드 대학의 역할에는 크게 못 미친다. 번탈은 “하이텍 관련 종사들이 회사를 차리는 것을 당연시하는 MIT나 스탠포드 분위기는 다른 대학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리고 보울더의 하이텍 커뮤니티가 점점 더 커지면 벤처 투자가들이 한 시간씩 창업 희망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힘들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하이텍 산업 종사자들이 실리콘 밸리와 대기업 문화를 피하기 위해 이곳으로 온다. 보울더에 본부를 둔 서치 엔진 회사인 원라이엇 책임자인 킴벌 머스크는 “실리콘 밸리에서는 네가 이기면 누군가가 지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것이 성공에도 기여했지만 사람들을 내몰기도 한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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