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니 김혜자 통신원
지난달 24일 올바니 스케넥태디에 있는 모학(Mohawk) 골프 클럽에는 이 동네에 오래 살던 낯익은 얼굴들이 모여 들었다.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큰 형님, 언니 같은 민공기 박사 가족이 따뜻한 캘리포니아의 라구나 운으로 이주를 하게 돼 마련된 송별회 자리였다.
이날 송별회는 화기애해한 분위기에서 조촐하게 치러졌다. 이날 민박사는 자신의 생을 물리학적인 개념으로 4단계로 나누어 펼쳐 보였다. 한국에서 경기중학교를 졸업하기 까지를 1단계, 그 다음 군 복무하며 여러곳에서 전투하던 때를 2단계로 지리산, 포항 등을 떠올렸고 그 다음 3단계는 미국에 와서 공부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지낸 57년간의 세월 등으로 나누어 열거했다. 그는 또 물리학적으로는 시간과 공간이 4차원세계의 한 점이 되는 배경과 함께 기억된다며 마지막 스테이지를 따뜻하고 한인들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에서 지내기로 했다며 시간이 오면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물리학박사인 김익조 교수 부부가 준비해 마련된 이날 송별회는 이정은씨가 이별의 노래를 불러 분위기를 돋우웠다.
민공기 박사는 한국에서 6년제 경기중학교를 졸업하던 1950년에 6.25전쟁을 겪었다. 민 박사는 연세대학교를 1개월 다니다가 군복무를 시작해서 2년반동안 군대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그는 1953년 부산에서 배를 타고 미국으로 유학을 와 물리학을 공부하고 Univ. of Illinois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Univ. of Verginia에서 교수로 근무하다가 1968년 이곳 트로이에
있는 RPI대학(Reussel-aer Polytechnic Institute)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부인 김연화씨는 경기고등학교와 서울고등학교 교장을 지낸 김원교 교장의 맏딸이다. 그녀의 자태는 경기여고 시절, 교복을 입고 걸어오면 등교하는 경기고등학교 학생들이 넋을 잃고 쳐다봤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이다. 그녀도 배를 타고 미국에 유학 와서 MT.Hollyoke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다 민박사와 만나 58년에 결혼을 하였다고 한다.
슬하에 딸 캐티는 소설작가이고 Ashville에 있는 Univ. of North Carolina에서 현재 교수로, 아들 케인은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어 시애틀에 있는 Bill Gates Foundation에서 근무중이다. 민박사는 본 통신원과 1972년 처음 만나 오랜 세월 여러 가지 추억을 갖게 되었는데 맨 처음
만났을 때는 그의 부인이 그를 “공기”하고 불러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민박사는 워낙 일찍 미국에 온데다 키가 아주 크고 미남인데다 지적이어서 가만히 있을 땐 미국인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일단 말을 시작하면 얼마나 구수하고 솔직하고 순수한지 우리 모두 귀 기울여 그의 얘기를 듣곤 했었다. 민박사는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뒤 아직 추운 초봄에 학교앞 우동집엘 가면 주인아저씨가 멸치국물로 우려낸 우동국물을 그냥 주면서 학생들 도시락에 말아 먹으라고 주었다는데 그게 그리 맛이 있었고 그 인정이 고마워서 아직까지 기억한다고 했다.
70세가 조금 지났을 때 민박사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를 보면서 굉장히 늙은 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가 그 할아버지 보다 더 나이가 많아졌어” 하던 이야기. 미세스 민이 딸 캐티가 아기를 낳았다고 기뻐하는데 민박사는 그 보다는 “영화가 할머니가 됐데요, 참 영화가 할머니가 되다니...” 하며 안타까워 하던 것이 기억난다. 민박사는 일본어에 아주 능통해 그가 일본에 가서 술집에 앉아 얘길하면 그들이 모두 민박사가 일본인인줄 알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는 한국노래 중 ‘허공’을 아주 잘해서 나는 그 노래만 나오면 항상 민박사 생각이 나곤 한다. 이 동네에는 50년대에 배타고 유학와서 대학교수로
지내던 사람들이 여러명 있었는데 정년 퇴직후 따뜻한 곳으로, 한국으로 모두들 떠나고 이제 남은 한인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지난해 작고한 이봉석 교수의 산소를 찾아 인사를 드렸다며 서운해서 모인 40명의 후배들에게 답례로 말씀을 하시겠다고 하였다.
민공기박사 부부와 송별연에 참석한 올바니 지역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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