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0년의 세월이 지나 가는가 -- 그 때의 일로해서 방송국을 떠났고 그 이듬해 살길을 찾아 정처 없이 미국 이민 길에 올랐던 나로서는 30년 전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기억하며 새삼 분노와 함께 남다른 감회에 젖는다.
1980년 5월18일 광주에서는 신군부의 계엄 확대와 휴교령에 반대하는 대규모 대학생 시위가 일어난다. 학생들은 휴교령이 내린 교내로 들어오려다 계엄군의 제지로 실패하자 곳곳에서 산발적인 시위를 벌이게 된다. 광주항쟁은 이렇게 단순하게 시작 되었다.
그 뒤로 신군부의 저지가 격렬해졌고 과잉진압에 흥분한 일반 시민들이 여기에 합세하며 시민항쟁으로 발전했던 것이다. 시민 항쟁은 계엄군과 공방을 거듭하다가 열흘 만에 끝이 났는데 당시 계엄사령부는 시민사망자가 148명, 그 중 118명이 총상으로 죽었으며 군인 사망자는 15명이라고 발표하였다.
광주 항쟁을 진압하고 본격적인 권력 장악에 나선 신군부 세력은 이른바 ‘국보위’라는 조직을 만들어 3권을 장악했으며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 관련자 등을 군법회의에 기소하고 정권에 반대하는 언론인 711명을 포함해 공무원, 대학교수 등 총 8,500 여명을 숙정이란 이름으로 강제 해직했던 것이다.
그러면 그때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은 왜 그렇게 무리하게 정권을 잡아야만 했던가? 이것이 오늘 우리가 풀고 넘어야 할 과제다. 역사를 50년 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났을 때 그 중심 세력들이 평화통일운동을 펼쳐나가자 이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세력이 나타난다.
북쪽에 총 뿌리를 들이 대고 있어야 존립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군부의 일부가 이승만 정권에서 독버섯처럼 자라온 친일 세력과 손을 잡아 5.16 쿠데타를 일으켰고 다시 20년 후 전두환 군부세력은 박정희 정권에서 배운 권력의 맛에 취한 나머지 자기세력의 보존을 위해 다시 정권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누대(累代)를 이어온 독식문화, 남이야 어찌 됐던 자기만 살고 보자는 자기세력 이기주의, 권력 지상주의가 연이어 이런 비극을 낳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주 한인 타운에 민주당의 추미애 의원이 찾아 왔었는데 추미애 의원은 서로 함께 살아야 하는 ‘상생’의 눈으로 우리 시대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보자고 말했다. ‘상생’의 눈으로 보아야 천안함 사고의 원인도, 처방도 나오고 4대강 문제와 북핵 문제, 6자회담의 해법도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의원은 일상생활에서 부터 ‘상생’에 방해되는 요소는 줄이고 ‘상생’에 도움 되는 마음은 확대해 나가자고 했다. 맞는 말이다. 때마침 오렌지 카운티의 한 교회에서는 함께 있던 부목사가 그 교회에서 나와 인근에 새로 교회를 차리자 여러 가지 형태로 교회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는 등의 추문이 들린다. 우리 주변에 어디 그런 일 만이겠는가?
왜 교회나 기독교인들은 먼 나라에 나가 선교는 하면서 가까이에 있는 이웃 간에는, 성도 간에는 함께 살아가지 못 하고 때로 그렇게 용렬하고 편협한 것인가? 그리고 사람들은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강자는 약자를 누르고 간사한 자들은 어리석은 사람들을 그렇게 능멸할 수 있는 것인가?
독식과 과욕의 산물이었던 30년 전의 일을 통렬하게 돌아보며 이제는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단순한 ‘상생’ 에서부터 출발해 ‘네가 살아야 내가 산다’는 적극적인 ‘상생’을 실천할 때만이 한인사회나 한반도나, 다함께 공존과 평화를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해 본다.
김용현 /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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