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키 웨스트 해안에서 기름덩이가 발견돼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가 플로리다 해안은 물론 미국 동부해안까지 오염시키는 최악의 사태로 발전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플로리다 남동부의 유명한 관광지 키 웨스트(Key West) 제도 맨끝에 위치한 `포트 자카리 테일러 주립공원’ 해안에서 17일 20여개의 기름덩이가 발견됐다. 공원 관리인들은 이날 직경이 3-8인치(7.6-20㎝)에 달하는 기름덩이를 해안에서 발견해 당국에 신고했다.
플로리다 주정부와 연방 방제당국은 이 기름덩이가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로 흘러온 것인지 여부에 대한 규명에 즉각 착수했다. 동시에 해안경비대 헬리콥터와 국립해양대기청(NOAA) 전문가들을 키 웨스트 제도 해상에 급파해 원유가 플로리다 남동부 해안까지 번지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에 돌입했다.
현재 기름띠를 추적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유출된 원유가 이미 플로리다 키스 제도로 향하는 해류를 탔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구용 선박을 현지에 보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우스 플로리다대학의 윌리엄 호가스 해양과학대 학장은 미 해군과 국립해양대기청 등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 기름띠가 키스제도로 들어가는 주요 해류에 유입됐다는 관측이 나왔다면서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름띠가 플로리다 남부 키스 제도에 유입됐는지 여부는 기름유출 사태가 동부해안으로까지 확산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도래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플로리다 키스제도는 북미 지역의 유일한 산호초 군락지이자, 강가나 늪지에서 뿌리가 지면 밖으로 나오게 자라는 열대 나무인 맹그로브의 서식지로 유명해 기름띠가 이곳으로 유입될 경우 해양 생태계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유독성 원유와 방제용 분산제는 산호초와 맹그로브를 고사시킬수 있으며, 바닷속 먹이사슬을 파괴해 훼손된 해양 생태계 복원에 수년 또는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이 지적.
특히 키스 제도는 멕시코의 칸쿤 쪽에서 흘러들어와 미 동남부 해변을 따라 돈 뒤 플로리다의 서쪽 해변을 따라 남하하는 고리 모양새를 한 멕시코만의 순환해류(Loop Current)가 지나는 길목이어서 주목된다.
기름띠가 순환해류와 만나 남쪽으로 흘러내려가 다시 멕시코 만류(Gulf Stream)를 타고 대서양 쪽으로 이동할 경우 최악의 사태에 직면할 우려가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기름띠가 멕시코 만류를 타고 동부연안을 따라 북상할 경우 플로리다 남단의 유명한 관광해변을 비롯해 조지아, 사우스.노스 캐롤라이나 해안 등에도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키 웨스트에는 ‘노인과 바다’로 195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헤밍웨이가 1930년대 10년간 거주하면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킬리만자로의 눈’, ‘부자와 빈자’ 같은 그의 대표작들을 집필한 저택이 있다. 매년 7월 헤밍웨이 탄생일(7월 21일)을 기념해 ‘헤밍웨이 축제’가 열리는 유명한 관광지이다.
다행히 기름띠가 순환해류를 아직은 만나지 않았다는게 해안경비대 측의 설명이지만 전문가들은 순환해류를 만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마이애미대학의 닉 샤이 박사는 "현재까지는 기름띠가 순환해류를 형성하는 소용돌이 해역의 북쪽 주변까지 흘러온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하지만 기름띠가 순환해류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며, 이 경우 엄청나게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름띠가 본격적으로 키 웨스트 제도에 도달하기까지는 3-4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플로리다주 키 비스케인에서는 17일 주정부 비상대책팀과 연방 하원의원 및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름띠가 남서부 해안으로 밀려올 경우에 대비한 대책을 논의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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