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선생님 배우는 제자 모두 80대
교사 출신 노명선씨 15년째 무료 운영
“배움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나요”
LA 한인타운에서 여든을 넘긴 할아버지 선생님이 아흔을 바라보는 한인 노인들에게 생활영어를 가르치는 영어교실이 있다. 올해 81세 된 앤드루 노(한국명 노명선)씨가 15년 동안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 ‘피코 사랑방 노인 영어학교’가 바로 그 곳.
노 원장은 현재 언어장벽으로 고생하는 한인 노인들을 대상으로 매주 월~목요일 오전 LA 한인타운 인근 피코와 브론슨 교차로에 위치한 그레이스 마운트 교회 2층에서 생활영어에서부터 문법까지 알기 쉬운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남 진주에서 25년간 고교 영어교사를 했던 노 원장은 지난 1992년 LA노인회 회장으로 재임하던 중 영어로 미국생활에 불편함을 겪던 노인회 회원들에게 시민권 신청 영어와 생활영어를 가르친 것을 계기로 무료 영어교실을 현재까지 이어 왔다고 밝혔다.
처음 영어학교를 시작했을 당시 70대였던 수강생들은 15년이 지난 지금 아흔을 바라보는 백발의 노인들이 됐다고. 하지만 18일 오전 피코 사랑방 노인 영어학교 강의실에서는 수업이 시작되자 할아버지 할머니 학생들이 마치 대입 수험생들처럼 열의를 가지고 강의를 들었다.
15년간 변함없이 노 원장의 영어수업에 참석한 반장 마리아 장(88) 할머니는 “영어수업을 시작했을 당시 늙은 나이에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게 느껴졌다”며 “이젠 영어로 의사소통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15년간 제대로 된 수업 강의실을 마련하지 못해 다섯 차례가 넘게 이사를 했지만 30여명 학생들과 노 원장의 열정은 식지 않고 있으며 서로 아껴주는 한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고.
샌타모니카에서 버스를 4번이나 갈아타고 수업에 참석하는 강신실(88) 할머니는 “LA지역의 어느 노인학교에서도 노 원장처럼 재미나고 열의 있게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은 보지 못했다”며 “눈을 감는 날까지 피코 사랑방 영어교실에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의 (213)999-0447
<김철수 기자>
18일 피코 사랑방 노인 영어학교에서 노명선 원장이 한인 노인들을 대상으로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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