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치자금은 크게 ‘하드머니(Hard money)’와 ‘소프트머니(Soft money)’로 구분한다. 후보 개인에게 직접 기부되는 돈을 하드머니라 하는데 각종 규제와 제한이 따르는 까다로운 돈이다. 반면에 개인이나 기업, 단체가 무제한으로 정당에다가 기부하는 돈을 소프트머니라고 한다. 이 소프트머니는 정당이 특정후보를 지원하거나 낙선시키는 데 사용할 수도 있는 돈이다.
소프트머니는 연방선거위원회(FEC: Federal Election Commission)에 보고할 의무도 없는 돈이다. 기업이 소프트머니를 통해서 정치권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02년 소프트머니 금지법이 제정됐다. 소프트머니가 금지된 이후에 선출직 정치인들의 ‘돈 몸살’이 났다. 일반시민들의 소액기부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돈이 없으면, 특히 지역의 작은 시민단체들이 연방의원을 만나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였는데 세상이 바뀌었다. 몇 천 달러라도 모금행사를 조직할 수 있는 시민단체들의 활동가들이 활개를 치면서 워싱턴의 의사당을 활보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선거의 당락은 정치자금의 액수에 비례한다는 것이 공식이고 법칙이다. 그래서 연방정치인들은 특히 선거가 있는 해엔 전국을 돌면서 돈을 거둔다. 워싱턴서는 PAC(정치활동위원회)로부터 돈을 만들고 지역에서는 각종 이익단체들을 통해서 돈을 거둬들인다.
지난 5월4일 오후 7시, 의사당 건물 바로 뒤편 거의 유일한 단독주택인 ‘Sewall-belmont House and Museum)’ 2층 빨간 벽돌집에 상하 의원 등 3백여명이 속속 모여 들었다. 뉴욕시 출신의 연방하원 외교거물인 게리 애커맨 의원이 독특한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이벤트였다.
각종 음식(음료까지) 일체를 뉴욕(자신의 지역구)에서 운반해 왔다는 것을 갖고서 최대한 많은 의원들을 저녁만찬에 초대를 한 것이다. 매년 같은 날에 수년째 열리는 모금 이벤트다. 거물들이 총 출동하니까 당연히 로비스트나, 외교관들은 꼬이기 마련이고 절대로 무료입장이 없다.
개인으론 일인당 입장료가 1,000달러 이상이고 PAC(정치활동위원회)은 5,000달러로 못을 박았다. 애커맨 의원은 지역구에서 가장 모범적인 풀뿌리 운동단체(시민단체)를 특별 초청을 한다. 이 행사장에서 3년 전에 위안부결의안을 홍보했고 2년 전엔 신임 외교위원장과 사귀었고 작년에는 바로 이곳에서 세출위원장인 ‘찰스 랭글’의원에게 한미간 FTA와 관련, 지역구내 한국인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것을 따져 관철시켰었다.
특히 게리 애커맨 의원이 오랫동안 외교위를 주도했기 때문인지 상하 외교위 소속 의원과 보좌관들이 많았다. 필자를 만나는 의원들과 보좌관들의 공통된 요청은 LA와 뉴욕의 한인커뮤니티에서 모금을 한번 해달라는 것이었다. 인도계와 중국계는 그렇게 하는 커넥션이 있는데 한국인들과도 관계를 맺고 싶다는 것이다.
애커멘의 기분이 한껏 고조되어 있는 것을 보니 이날 모금액이 상당한 듯하다. 그가 자신의 지역구에서 의회에 가장 관심이 많고 자신을 가장 많이 찾아오는 사람이라고 필자를 소개해 주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평생 그를 지지할 것 같은 마음을 먹게 되었으니 결국엔 그가 이익을 본 셈이다. 다른 국가의 외교관들과 인사를 하면서 한국외교관이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김동석 / 뉴욕 한인유권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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