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집 존슨은 은퇴를 했고 부인은 아직도 연방 공무원으로 단 둘이 살고 있다. 두 중늙은이 부부에겐 고등학교를 졸업한 무남독녀가 있는데 사위는 고등학교 동기생이라고 한다. 그런데 시집간 딸이 아이를 낳지 못해 양자로 데리고 온 두 살짜리 도토리처럼 생긴 애가 있는데 한국아이다. 홀트 복지회를 통해 이 아이를 데리고 오는데 1만2,000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지난해 개천절 그리고 올해 3.1절에 존슨 부부 집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사연을 알고 보니 아이의 출생지가 한국이며 국경일이라서 태극기를 달았다고 한다.
우리 집에 찾아오는 사람이 태극기가 걸린 옆집을 우리 집인 줄 알고 문을 여는 해프닝도 있었다. 국경일과 고유 명절을 알면서도 무관심 내지는 잊어버리고 지냈던 나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잔잔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더욱이 자기 아이의 이름은 지민이고 성은 구라고 하는 젊은 부부의 말을 듣는 순간 미국에서 녹슨 내 가슴엔 호수의 수면에 퍼져 나가는 물결처럼 부끄러움이 일렁이고 있었다. 컴퓨터로 한국에 관한 것을 찾아보고 국경일에서부터 음식이며 풍습을 지민이에게 알려주기 위해 배운다고 한다.
옆집 지민이는 한국 이름 그대로 미국 이름도 구지민이다. 이다음 지민이가 원한다면 다시 한국으로 보내겠단다. 부모가 오랜 고민 끝에 훌륭한 사람 되라고 지어준 이름을 우리는 너무 쉽게 버리지는 않는지 살펴 볼일이다. 지민아! 힘차게 크기를 바란다.
이동원 /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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