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남·독신·어리석다” 등 이유로 배제… 백인 일색
지난 1998년 미시시피주에서 열린 살인사건 재판에서는 혼외자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 흑인 배심원이 배제됐다.
결국 백인 10명과 흑인 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정당방어라고 주장하는 `앨빈 로빈슨’에게 살인죄로 20년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년 뒤 항소심에서 이 평결은 무효가 됐다. 검찰 측이 자격을 갖춘 흑인 배심원 후보들을 터무니 없는 이유로 무더기로 배제했다는 것이 이유가 됐다. 검사를 아주 오랫동안 뚫어지게 쳐다봤다거나, 이혼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거나, 한 거주지에서 10년을 살았으면서도 국외자 취급을 받았다 등등 얼토당토 않고 과장된 이유를 들이댔다.
로빈슨은 뒤늦게나마 석방됐지만 남부지역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모두 로빈슨처럼 운이 좋은 것은 아니다.
`공정성 실현 단체’(Equal Justice Initiative; EJI)는 지난주 보고서를 펴냈는데 남부 주의 검사들이 피부 색깔에 따라 배심원을 선정하며 피고가 흑인일 경우 그런 현상이 더 심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작성을 위해 앨라배마, 아칸소, 플로리다, 조지아,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등 남부 8개 주에서 배심원으로 선정되지 못한 100명을 인터뷰하고 법률 관계 서적을 연구한 이 단체는 “앨라배마주 휴스턴에서 2005∼2009년 사형선고를 내린 재판의 경우, 검사들이 자격이 충분한 흑인 배심원 후보 가운데 80%를 배제했다”고 밝혔다.
배심원 배척 이유를 보면 “어리석다, 저능아다, 교육을 받지 못했다, 껌을 씹는 여자다, 여자가 안경을 끼고 커다란 모자를 쓴다, 독신 남자다, (반면에) 결혼한 남자다, 이혼남이다, 무슨 장사꾼처럼 보인다, 자신감이 없어 보이고 소심하다, 나에게는 이상하게 보이는 사람이다, 범죄율이 높은 지역에서 산다” 등등 별별 게 다 있다.
브리앙 스티븐슨 EJI 국장은 “모든 시민은 배심원이 될 권리를 부여받았는데 몇몇 주는 거기에 저항하고 있다”며 테네시의 경우, 중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배심원 구성에 대해 제기한 이의신청은 법원에 의해 모두 기각됐다고 소개했다.
연방 대법원은 1986년 배심원 선정에서 인종차별을 없애도록 규제하기 시작했지만 남부 지역 검사들은 규제를 피해가는 방식을 찾아내고 한편으로는 검사들에게 법정에서 완벽하게 이기는 방법을 가르치는 강좌까지 생겨났다. 이 결과, 인구 3분의1 이상이 흑인인 지역에서도 배심원은 백인 일색이다.
대다수 연구 결과를 보면, 여러 인종이 섞인 배심원단이 평결에 훨씬 더 고심하고 실수를 더 적게 한다. 흑인 배심원은 또한 사형 선고를 내리는 데 덜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티븐슨 국장은 “배심원 구성에서 인종 다양성은 형사재판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EJI 보고서에 따르면, 아칸소, 플로리다, 테네시주에는 흑인 검사가 없으며 지난 30년 동안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 가운데 130명 이상이 무죄라는 사실이 밝혀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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