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문인 최치원님은 일만이천봉으로 깎아 세운 금강산을 바라보며 ‘천길 흰 비단을 드리웠는가 만섬 진주알을 흩뿌렸는가’라고 말하였다. 금강산은 ‘철따라 고운 옷 갈아입은 듯’ 우아하고 장엄하게 드러누운 듯하였다.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분단의 아픔 속에서 국민 모두가 불렀던 노래였다.
우리는 교회 버스를 타고 금강산을 구경하러 갔었다. 2월, 눈이 녹지 않은 추운 겨울이었다. 눈보라가 휘날리고 등산화 징을 끼고 올라가야만 했다. 속초에서 통일 전망대를 지나, 해외여행보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북녘 땅을 향하였다. 북녘 땅이 보이는 순간 놀라웠다. 벌거벗은 산에 풀 한 포기도 없는 적막감. 황폐한 산허리에는 바위만 가끔씩 보일 뿐이었다.
굶주림에 피골이 상접한 경비원들의 얼굴이 너무나 불쌍해 보였다. 공사하는 군인들, 지게차도 없이 두 사람씩 막대에 양은그릇을 끼워 돌을 나르는 모습이 옛날이야기 하는 것 같지만 현실이었다. 다 쓰러져 가는 집들. 눈앞의 현실에 우리는 분하고 슬펐다.
누가 왜 이렇게 존귀한 생명을 억압하는가. 고귀한 생명을 벌레처럼 취급하는 죄인은 누군가. 전쟁에 혈안이 되어 있는 지도자가 원망스러웠다. 우리는 ‘주여! 이 땅의 황무함을 보소서’ 찬송가를 부르며 금강산에 올라갔다
김한나/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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