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크대학의 마이크 크르지쥬스기 코치는 몇 년 전 ESPN이 선정한 최우수 대학농구코치였다. 잘 알려진 것처럼 듀크대 농구팀을 그 때까지 621회나 우승하도록 했고 3회나 미 전국대학농구경기 챔피언으로 이끄는 전과를 올렸다.
그런데 그에게는 선수들에게 농구경기를 가르치는 비법이 하나 있었다. 학생들을 농구장에 모아 놓고 자신의 손을 쫙 펴서 높이 쳐들고는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모두 내 손을 올려다보아라. 손가락이 다섯 개 아니냐? 그런데 이 손가락 하나하나는 연약하기 짝이 없다. 누구든지 손가락 하나 꺾는 것쯤 식은 죽 먹기다. 하지만 손가락을 꼭 쥐어 주먹을 만들어 봐라. 권투선수들의 핵주먹이 되지 않느냐? 농구경기는 다섯 사람이 뛰는 것이라 꼭 손가락 다섯과 같다. 만약 너희들이 각각 제멋대로 놀려면 농구장에는 아예 나오지도 말아라. 그러나 좋은 선수가 되려면 항상 손가락을 꼭 쥐어서 핵주먹을 만들어야 된다. 알겠느냐?”
그러고는 선수들의 손을 높이 들게 하고 손가락을 쫙 폈다가 주먹 만들기를 반복시킨다. 그리고 팀웍이 잘 안 될 때마다 마이크 코치의 펴진 손이 높이 올라가곤 한다. 듀크대 농구선수들은 그래서 항상 핵주먹 같은 팀웍을 만든다. 그것이 승리로 이끄는 비장의 무기이다.
선수들은 마이크에게서 농구기술과 작전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생살이의 방법을 배운다. 손가락을 펴면 어느 것은 크고 어느 것은 작지만 일단 주먹을 쥐면 크고 작은 건 완전히 감춰진다는 사실도 가르치기 때문이다.
지금 온 세계는 월드컵 축구경기로 열광의 도가니가 되어 있다. 우리 교회도 극성스럽게 응원에 나서고 있다.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하고 꼭두새벽부터 외쳐댄다. 기미만세 사건이 재현되는 기분이다. 그리고 응원장에는 “넣자, 또 넣자, 한 골 더 넣자”는 현수막도 큼직하게 붙여 놓았다.
사실, 미국에 살면서도 미국 경기에는 별 관심 없는 채 모국 경기에만 열광하는 것이 좀 병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피는 물보다 진하니까, 대한민국이 잘되어야 어깨 펴고 살 수 있는 것이니까, 그런 건 그냥 넘어 가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축구응원에만 맹목적으로 열광할 것은 아니다. 축구에서 무엇인가를 배워야 한다. 한국과 그리스, 미국과 잉글랜드, 북조선과 브라질 경기를 관전하면서 문뜩문뜩 생각나는 것들이 있었다.
우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강한 승부욕이 있어야 한다. 인생에도 골(goal) 곧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죽기 살기로 뛰어야 한다. 선수들의 모든 행동은 골 넣기에 가장 유효해야 한다. 무슨 일이든지 기회를 잘 포착해야 하고 실패를 막아내도록 물샐틈없이 방어해야 한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이다.
아울러 규칙을 잘 알고 꼭 지켜야 한다. 최고의 선수가 되려면 철저한 연습이 필수이다. 지금 뛰는 게임이 다음 번 게임의 발판이다. 다음 게임에서나 잘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건강한 몸 곧 체력이 기본이다. 상대편에 따라 전략을 바꾸어야 한다. 자신감과 사기가 높아야 한다. 작전이 치밀하고 변화무쌍해야 한다.
아무리 경기를 잘 했어도 골을 더 많이 넣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최후에 웃는 자가 되어야 한다. 이기면 자만하지 말고, 지면 와신상담해야 한다. 남보다 반 박자 빨리 뛰어야 한다.
축구경기에서 공처럼 사는 것도 배울 필요가 있다. 공은 90분 내내 발길질 당하면서 모든 사람을 흥분시키고, 즐겁게 하고, 명예와 큰돈을 벌게 해준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면 누구 하나 공에게 감사하지 않는다. 그래도 공은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섬기는 사람의 삶이 아닐까.
이정근 / 목사 미주성결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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