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LA ‘문화인의 밤’ 개최
▶ 7월1일 총영사관저
극단 LA는 연극의 불모지요 사막이나 다름없는 LA에서 불가사의하리만치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온 극단이다. 1992년 ‘극단 92’로 창단된 후 2004년 명칭을 ‘극단 LA’로 바꾸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12편을 무대에 올리며 거의 매년 공연을 가져왔다.
하긴 연극이란 장르는 그 어떤 예술과도 달라서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끼리의 독특한 공동체적 정서, 대본 읽고 연습하고 무대 뒤와 공연 후에 벌어지는 그 숱한 만남의 총체적 경험이 주는 절박하면서도 끈끈한 유대감 때문에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쉽게 그 매력에서 벗어나기 힘든 장르다. 하여 별로 보러 와주는 사람 없고, 누가 알아주는 이 없어도 그들만의 세계를 꾸려나갈 조건만 허락된다면 기꺼이 다시 한번 판을 벌이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과 정열을 쏟아가며 올인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고, LA의 연극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더 이상 우리끼리만 하는 연극은 하고 싶지 않다고, 익명의 관객들이 들어찬 객석에서 잘했다 못했다 환호와 야유가 들리는 공연을 하고 싶다고, 당찬 요구를 하고 나선 것이다.
그래서 극단 LA가 일을 벌였다. 7월1일 오후 7시 총영사관저에서 ‘2010 문화인의 밤’을 개최한다는 것이다.
“미주 한인사회의 연극 활성화를 위해 처음으로 시도하는 행사로 미술, 문학, 음악인들을 포함하는 모든 문화예술인들을 위해 마련한 뜻 깊은 자리”라고 거창하고도 애매하게 말하지만 ‘톡 까놓고’ 이야기하면 ‘모금’을 하기 위한 행사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뭘 좀 제대로 하려면 돈이 필요한 법 아닌가.
그런데 장소가 총영사관저? 하고 놀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스토리는 지난해 10~11월에 공연한 뮤지컬 ‘LA 자! 살자 관광뻐~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출가 김유연씨에 따르면 어느 날 공연에 놀랍게도 김재수 총영사가 찾아와 관람하더란다. 그것만도 영광(?)이었는데 끝난 후 배우들을 만나 한 사람씩 모두 인사하고 격려하고 함께 사진 찍고, 그리고는 다음에 일동 저녁 한번 사겠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인사치레려니 했는데 얼마 후 진짜 식사자리가 마련됐고, 같이 밥 먹으면서 애로사항이 있는지 총영사가 물었을 때는 거의 울 뻔할 정도로 감동 먹기 시작했다.
“LA 연극계의 열악한 이야기를 했더니 선뜻 도와주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교민대표로서 후원해 달라, 영사관저 뒤뜰을 빌려주면 한번 힘을 내보겠다고 했더니 정말 빌려준 겁니다. 정치인으로서 자기가 한 말을 잊지 않고 실천하는 모습, 말 한마디 흘려듣지 않고 자상하게 다 기억하고 약속을 지켜주셔서 너무 기분 좋았습니다”
그렇게 성사된 이 후원의 밤 행사에 극단 측은 200~300명 정도 참석할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맛있는 식사와 함께 13분짜리 퍼포먼스, 현악 3중주, 15분짜리 코미디 한편 등이 준비돼 있고 지금 연습이 한창이다.
극단 LA는 이런 거사와 앞으로의 도약을 위해 이미 지난 2월 새로운 대표 곽셜리, 고문 이자경씨를 선임하고 이사진을 보강하는 등 조직 재정비도 감행했다. LA를 대표하는 프로페셔널 극단으로 거듭나기 위해 용트림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한인 커뮤니티가 경제는 크게 발전했는데 문화에 대한 인식은 너무 빈약해요. 문화도 상품인데 기업들이 문화 수준 끌어올리는 작업, 타운에 예술문화를 꽃 피우자는 운동에 앞장서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티켓 문의 (818)644-3740(곽셜리)
(323)864-5959(김유연)
<정숙희 기자>
한인사회의 연극 활성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극단 LA의 이자경 고문(오른쪽부터), 곽셜리 대표, 김유연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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