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직장 연장교육차 아내와 함께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머틀 비치에 다녀왔다. 늦게 도착한 첫 날 투숙실의 에어컨 고장으로 불평했더니 다음날 아침 일찍 고쳐주고, 첫 날 투숙비도 면제해주어 출발이 괜찮았다.
이곳은 꼭 30년 전 큰 애가 태어난 지 몇 개월 안 되었을 때, 가난한 우리 부부는 주립공원에서 조그마한 텐트치고 캠핑하던 곳이었다. 그때의 푸릇푸릇한 감회를 되새기며 짐짓 그 공원을 다시 찾아가 보았다. 공원은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은데 우리는 청장년에서 노년기로 접어들었으니 빠른 세월의 흐름을 느꼈다. 그러나 아직도 부부가 건강하여 같이 여행할 수 있고, 옛날 아련한 그 추억으로 되돌아 갈 수 있도록 정신력도 그만하니 참 감사하다.
부족한대로 본인은 영적, 정신적, 신체적 건강의 균형을 늘 염두에 두고 나름대로 노력한다.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온전함’이란 단어는 이 세 영역이 모두 건강한 사람을 가리킨다고 나름대로 해석해 본다. 오랜 세월 꾸준히 지속하는 조깅은 신체적 건강유지의 한 부분이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동이 트기 시작하는 인적 없는 해변에 나가 비릿한 바다 냄새를 맡으며 마음껏 달렸다.
흰 거품을 뿜으며 일렁이는 파도소리와 이따금 들리는 갈매기 소리 외에는 정적의 아침을 달리며 태고를 생각했다. 이 바다는 그냥 창조 때의 모습 그대로일까? 모든 것을 품고도 태연한 바다, 표면은 곧잘 거센 바람에 무섭게 일렁이나, 그 깊은 중심은 잔잔한 바다에서 진정한 겸손과 영혼의 평강을 배운다.
맨 발 바닥을 간지럽히는 수많은 모래 알 들, 거센 파도에 오랜 세월 할퀴고 찢기어 부서져 깨진 정화된 모래알들이 나의 거울이 된다. 만만찮은 세파에 시달리지만, 햇볕에 반짝이는 모래알처럼 내 자신 깨지고 부서져, 나를 비울 수만 있다면, 그래서 나의 의(義)와 이기적 아성을 허물 수만 있다면 창조주 하나님께 아름답게 기억되는 인생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의 한 가지 소득은 같이 간 직장 동료와 귀한 대화의 시간을 가진 것이다. 두 아이의 엄마인 중국계의 젊은 이 동료는 참 아름다운 믿음의 여인이다. 소리 없이 봉사활동을 하는 이 자매에게서 한 번도 불평이나 불만의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고, 늘 웃음이 그치지 않는 밝은 모습이다. 여덟살 된 딸을 두었는데, 이곳에서 같이 식사하면서 그 딸은 ‘천국에도 동물이 있느냐?,’ 또는 ‘삼위일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들을 하여 나를 당황하게 했다.
아마도 가정에서 신앙교육을 많이 받는다 생각되었다.
지난 겨울 눈이 많이 왔을 때 비교적 새 주택의 지붕이 새어 많은 물이 방으로 쏟아져 내려 엉망이 되었다 했다. 짜증내고 불평하지 않았느냐는 나의 질문에 ‘내가 그런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자녀들에게 신앙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기에 모든 일은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일어난다’라고 이야기 해주었다고 해서 나를 부끄럽게 했다. 이 자매의 믿음은 종교행위가 아니요, 영적전쟁이 치열한 삶속의 살아있는 믿음의 실체라 생각된다.
본지의 어느 독자는 기고문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도피행위가 종교행위로 나타나듯 보이고’ 라고 본인의 종교관을 말했지만, 신앙은 결코 연약한 도피행위가 아니요, 죽음을 뛰어 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물론, 지금도 믿음의 정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결코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없을 것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매일 평균 480여명이 순교한다고 읽었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삶의 모든 의미를 우리가 몸담고 있는 현세에서만 찾으려는 분들에게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지극히 허황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본인이 알지 못하는 영적 비밀 세계가 있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겸허히 탐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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