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란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미주 동부 지부 회장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Montaigne)는 우리 생에서 인간을 변화시키는 세 가지 중요한 관계로 이성 간의 연애(사랑), 동성 친구 사이의 우정, 그리고 책과의 교제를 들었다.
독서는 우리 일상에서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처럼, 자신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법정스님은 ‘무소유’에서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또 다른 목소리를 통해 내 자신의 근원적인 음성을 듣는 일”이라 했다. 독서는 우리가 망각했던 자신의 근원적인 모습과 만나는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 아이 둘이 워싱턴 지역에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 주말마다 책을 선정해 주고, 한 권씩을 읽은 후, 감상문이 아닌 그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에 대해서 각각 써오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아이들이 책을 직접 읽지 않고는 그 책에 대해 쓸 수도 또 남의 것을 카피할 수도 없었다. 그때 아이들이 5학년이었는데, 그 ‘미스 노르달’ 교실을 거치지 않으면 졸업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은 어찌나 힘든지 그 선생님이 밉다는 소리를 여러 번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이후 아이들은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버릇이 생겼다. 성인이 된 아이들은 지금도 그 어떤 책도 그때만큼 힘들지 않다고 얘기한다.
우리는 매년 새해 벽두에 신년계획을 짜면서 독서도 꼭 하나 계획항목에 넣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독서의 중요도가 뒤로 떨어지고, 책 읽기는 차츰 생활에서 멀어져 간다. 얼마 전 우리 한국의 1인당 독서율이 일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통계가 나왔는데, 팔만대장경으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이용해서 책을 찍어 냈다는 나라라는 타이틀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지난달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 시인과 함께 워싱턴에 오셔서 강의한 한양대학교 유성호 교수님은 “책에서 배우는 지식은 무한하며,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유 교수는 우리가 주위에서 새 책을 금방 구할 수가 없다면,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거나 아침 신문 사설이나 사회면을 읽는 것도 독서의 첫 걸음이라고 말씀하셨다. 결국 독서는 글자들 뒤에 숨어있는 자아의 발견이라는 것이다. 독서를 통한 자아의 발견은 미래에 대비한 계획, 힘든 세월에서 답을 찾기도 하고, 또 생활의 지혜 등 간접적 경험으로 인간을 성장시키고, 용기와 희망을 열어주기도 한다. 결국 책을 읽는 것은 나만의 지식의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특히 자라는 아이들에게 독서는 그들의 꿈을 키우고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는데 커다란 지침돌이 된다. 열 살 때 하루에 200페이지씩의 책을 읽었다는 윈스턴 처칠 경, 그리고 동네 도서관의 책을 모두 읽었다는 워렌 버핏의 어린 시절 이야기들이 그들의 성공과 무관하지만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책은 마음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와서 우리에게 맑은 영혼의 수액이 가득 고이게 한다. 좋은 책과의 만남은 우리의 영혼에 울림을 주고 우주처럼 광활한 정신세계로의 자유로운 유영(遊泳)을 이끈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 여름, 좋은 책과의 만남으로 더위를 식혀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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