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독도수호 특별위원회와 Cango USA라는 2개의 민간단체가 이번 동해 해상 한미합동군사훈련과 관련해 국무부와 국방부 공보관이 브리핑에서 ‘동해’ 대신 ‘일본해’라고 말한 것에 대해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한국인이나 우리 같은 한인의 입장에서는 백번 옳은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렇게 될까? 나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비관적이다.
정부 부처의 공보관으로서는 그 바다가 어디에 있는 바다인지를 알리는 것이 목적인데 불행하게도 세상 사람들이 ‘일본해’라고 하면 쉽게 알아듣지만 ‘동해’ 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아니 어쩌면 정부 부처의 대변인도 동해를 ‘일본해’라고만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비관론에 대해서 ‘민족정서’를 내세우며 분개하실 분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이 된다. 그런 분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지난 남아공 월드컵 축구시합에서 어느 외국인 그룹이 한국을 응원한다고 하면서 어이없게도 “김정일”을 연호했다고 하는데, 그런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말이다.
물론 세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정도로 무식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에피소드가 ‘Korea’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사실을 직시하고 미국 정부에 시정을 요구하기에 앞서 과연 한국 정부, 그리고 미주 민간단체들이 하는 현재의 동해바다 알리기가 제대로 그리고 옳은 궤도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영토분규 같은 문제는 정부에 맡기되 동해와 독도 알리기에는 우리 미주한인들이 일정 부분 맡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천천히 돌아가야 한다. 3단계가 어떨까?
해외여행을 하다가 호텔방에서 TV를 켜면 나는 보통 CNN이나 BBC 방송을 보게 된다. 그러면 종종 전 세계의 일기예보가 지도 위에 나타난다.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일본의 도쿄, 때로는 홍콩까지 지명이 표시되고 그 지역 온도와 햇빛, 구름, 비 그림이 그려져 나온다.
그러나 지도에 한반도의 모습은 보이나 ‘서울’이나 ‘한국’이란 표시와 기상 통보는 거의 안 보인다.
뉴욕 타임스퀘어에 독도 전광판 광고 대신 그 시간과 돈을 들여 각 방송사가 전 세계의 일기예보를 할 때 서울을 올리라고 우리 모두가 요구하면 어떨까?
그리고 그것이 실현된 지 한 1년쯤 지나 전 세계 시청자의 의식 속에 서울이나 한국이 박혀 들어갈 때쯤 되면 ‘동해’와 ‘일본해’의 병용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런 무리 없이 언론이 받아들여 줄 것이고, 세계 각국 시청자들도 그때쯤이면 동해가 어디 있는지 알 것이 아닌가? 아니 최소한 한미군사훈련에서라도 ‘동해’로 불러 달라는 한국의 주장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독도는 한국의 동해 바다에 있는 섬이고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다고 하면 안 될까? 지금 당장 미국에 ‘일본해’가 아니라 ‘동해’라고 항의하면 어쩌면 정부 부처의 공보실에서 한두 번 고처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한두 번일 뿐 지속적인 효과는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단계적으로 고치는 것이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된다.
이영묵
워싱턴 문인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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