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에서는 약혼한 커플이 결혼 전 전문 상담가를 찾아 예비부부상담(Premarital Counseling)을 받는 경우가 많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조금 낯선 단어지만, 결혼을 약속한 두 사람이 영화나 부모님을 통해 막연히 알고 있는 결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배우고 준비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전문 상담가나 상담 지식을 가진 목회자가 4-6번의 상담을 통해 결혼에 필요한 실제적이고 세부적인 것(배우자와 결혼에 대한 기대, 배우자 가족의 문화와 가치관, 성격유형 테스트, 돈 관리, 자녀계획 등)들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모든 부부가 겪는 의견, 가치관 충돌을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하고 ‘건강하게’ 싸우는지, 대화하는 법 등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 한국의 신부수업이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신부 혼자 하는 것에 비해, 결혼 상담(marital counseling)은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실제로 예비부부상담이 결혼 위기의 30%를 감소시킨다는 많은 연구결과가 있다.
부부 갈등이나 가정폭력 등 결혼생활의 어려움으로 심적 고통을 호소하며 상담소를 찾는 내담자들이 종종 하는 말이 있다. “결혼이 이런 건지 진짜 몰랐어요. 그가 나와 이렇게 다를 줄은 몰랐어요.” “도대체 대화가 안 되요.” “이런 줄(이런 사람인줄) 알았으면 한 번 더 생각했을텐데.” 그러면, 난 이렇게 되묻는다. “결혼 전에 생각했던 결혼은 어떤 것인데요? 구체적으로 이야기 나눴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분들이 결혼 전 결혼식 준비에 몸과 마음이 너무 분주해서, 정작 결혼 후 생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눠보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연애를 하는 동안 우리는 상대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작 결혼 후 다가올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마음을 열고 대화하기는 보다는, 영화를 함께 보거나 유명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파티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더 많은 걸 흔히 본다. 그냥 연애하다가 상황이 허락되면 결혼식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면 ‘저절로’ 좋은 부부가 되고, 나이를 먹다보면 ‘저절로’ 좋은 부모가 되는 줄 알았는데...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냥 그렇게 ‘저절로’ 될 것만 같아 보이던 결혼이 그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준비했던 결혼식이 끝남과 동시에 화장 안한 ‘생얼’같이 적나라한 모습으로 부부 앞에 나타나게 된다.
이혼율이 50%에 이르고 편부모 밑에 자라는 아이가 양부모 밑에 자라는 아이보다 많아진 시대를 살고 있지만, 이혼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 -부부뿐 아니라 자녀와 부모님까지- 은 크고 씻을 수 없는 많은 상처와 아픔을 받게 된다. 그래서, 한번 실패의 경험으로 상처를 안고 재혼하는 부부나 부모님의 이혼으로 이미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필요하다고 믿는다. 잠깐 동안의 여행을 위해서도 여행지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준비하며,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도 사업계획서를 신중하게 작성하는데, 평생을 함께 가는 장거리 여행인 ‘결혼’에 대해 미리 공부해야하는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상담소에 오신 50, 60대 내담자들은 자녀들이 당신과 같은 실수와 불행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결혼 전 부부상담을 꼭 받게 하겠다며 힘주어 말씀하신다. 2세 자녀들을 위해서 영어로 상담을 해주는 전문가들이 물론 많으며, 이곳 워싱톤 가정상담소에서도 전문가가 한국말과 영어로 상담을 제공한다. 교회나 단체에서 요청하면 젊은 청년들을 위한 결혼 세미나를 직접 찾아가 해주기도 한다. 이 글을 읽고, 결혼을 앞둔 자녀들이나 가족들에게 예비부부 상담을 통해 더 행복하고 지혜로운 결혼을 준비하도록 권면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리고 싶다. (703)761-2225
모니카 이
결혼 및 가정 치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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