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고국방문을 하여 동료 목사들이 서로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말을 들었다. 어리둥절하여 물었더니 “당회장이라고 길게 부를 것 없이 줄여서 회장님이라고 부르면 부르기도 편하고 남들도 회장님 대우를 해주니 좋다”는 설명이었다.
기발한 아이디어이기는 했지만 속이 썩 개운치가 않았다. ‘회장’이란 대기업체 최고 대표를 부르는 호칭인데 이를 교묘하게 교회의 담임목사의 호칭으로 둔갑시켜 부르니 말이다.
아주 오래 전에 이화여대 사회학과에서 학생들에게 설문을 낸 적이 있었다. 바라는 남편감의 직업을 써내라고 했는데 최고 대통령에서부터 시작하여 목사라는 직업은 맨 아래쪽에 이발사 다음의 서열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그 양상이 달라져 목사라는 직업이 고위직과 거의 맞먹는 서열에까지 올라갔다.
이유가 뭘까? 교회 신도수가 증가하면서 대형 교회가 생겨나고 따라서 교회 재정형편이 좋아지면서 담임목사의 파워가 상승한 것이다. 그래서 일이 있건 없건 해외여행을 연례행사처럼 할 뿐만 아니라 담임목사가 교회 재정을 마치 사유재산인 것처럼 맘대로 쓰면서 그야말로 대기업체 회장님 행세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회 재정이란 신도들이 피땀 흘려 모은 돈을 정성껏 하나님께 바친 예물인데 그것을 어찌 담임목사가 맘대로 쓸 수 있단 말인가.
얼마 전에는 한국에서 부흥회 강사로 왔던 목사가 이민목회 하는 목사들에게 금일봉을 하사(?)했다는 소문이 전해졌다. 도대체 그 돈의 출처가 어디란 말인가? 누구의 돈인데 해외에 나와서 마구잡이로 돈을 뿌린단 말인가? 이건 회장 행세가 아니라 졸부의 행세라 하겠다.
목회자들은 ‘회장’의 환상에서 깨어나 당회장 직책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이성철/ 목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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