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그리움이고 고독은 외로움이다. 추억은 멀리 있기에 그립고 고독은 가까이 있기에 외롭다. 혼자 사는 사람은 고독을 사랑해야 한다. 싫어도 미워도 고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 나 홀로 인생의 숙명이다.
베갯머리에 눈물을 흘려 보지 않은 사람은 사랑을 말하지 말고 배고픔과 추위에 떨어 보지 않은 사람은 가난을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림자 없는 홀로 밥상을 받아 보지 않은 사람은 얼굴반찬의 고마움을 알지 못할 것이다.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은 반찬이 아니다. 아무리 산해진미에 진수성찬이라도 혼자 먹으면 맛이 없는 것은 ‘얼굴반찬’이 없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형제들 자식들과 손자손녀들이 함께 둘러앉아 먹는 밥상머리에서 오고 가는 식구들의 따뜻한 정담이 조미료보다 맛있고 국 냄비 찌개 뚝배기에 식구마다 숟가락이 다투어 드나들며 침 섞어먹는 우리네 음식문화에 즐거움과 행복이 피어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가족이라는 말보다는 식구라는 말이 더 살갑게 정겹다. 식구는 밥 먹는 머리 숫자이면서 가족 모두가 하나로 되기도 한다.
사회가 대가족제도에서 핵가족제도로 생활 형태가 변하면서 우리민족의 전통적 미풍양속이 애석하게도 사라져 가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즐겨 쓰는 ‘우리’라는 복수호칭도 ‘나’라는 단수호칭으로 바뀌고 있다. 공동체 밥상에서 나 홀로 밥상으로 변하고 있다.
천지의 조화가 음(陰) 양(陽)이 있고, 하나님이 아담에게 짝을 만들어 주신 것도 자손을 번식하고 서로가 얼굴반찬이 되라고 하신 것인데, 지금 젊은이들은 둘이 되는 것도 싫어서 결혼도 하지 않으려 하니 하나님 섭리에 역행하는 짓이며 늘그막에 얼굴반찬 없이 밥 먹는 사람만 늘어날 것이다.
인생이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 왔다 간 흔적으로 내가 만든 얼굴은 남겨 놓고 가야 사람의 도리가 아닐까. 내가 이 세상에서 살았으니 나와 같은 얼굴을 세상에 심어놓고 가는 것이 창조주에게 감사하고 빚 갚는 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돈도 출세도 명예도 아니다. 손자손녀를 생산해 부모님 품에 안겨 드리는 것이 효도의 길이요 인생의 진미(眞味)를 선사하는 효도반찬이다.
지나고 보면 부모님과 자식들이 한 둥지에서 북적대며 살 때가 사람 사는 맛이 있을 때이다, 부모님 세상 떠나시고 품 안에 자식들 짝 찾아 새 둥지로 떠나면 허전하고 썰렁한 낡은 둥지에는 찬바람이 불고 외롭고 쓸쓸한 황혼의 노을만이 무겁게 스며든다. 더구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같이 살자던 약속 어기고 영감, 마누라 먼저 떠나고 나면 고운정, 미운정 다시 그리워지고 밥상머리 잔소리, 건넛방 기침소리 그래도 듣고 싶어지는데, 오늘도 혼자 먹는 밥상머리에 미소 짓던 얼굴반찬이 가슴 저리게 그리워진다.
아내의 젖은 손이 애처로워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는 노랫말은 귀 맛 좋은 말이지만, 옆에 있는 ‘얼굴반찬’에 감사하며 살아 있을 때 잘 하는 것은 손해 보지 않는 실용적 사랑이 될 것이다. 부부가 만나는 것은 인연이고 축복이지만, 80이 넘도록 서로가 얼굴반찬 되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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