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정체성 거짓말 할 수 없다..군 정책 폐지투쟁"
미국 웨스트포인트(육군사관학교)의 여자 사관생도가 동성애자인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길 수 없다면서 성적취향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인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 정책 폐지를 촉구하며 자퇴서를 냈다.
올 가을 3학년 진급예정인 캐서린 밀러 생도는 웨스트포인트 입학 후 2년동안의 성적이 1천100명중 11위로 최우등 생도에 속하는데다 모범생으로 알려져 그의 자퇴 요청은 오바마 정부가 약속한 정책 폐지 논란에 다시 불씨를 지피고 있다.
12일 미 언론들에 따르면 동성애자인 밀러 생도는 반(反) 동성애 분위기에다 "더 이상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지난 9일 자퇴요청서를 학교 측에 제출했다.
그는 자퇴 이유로 동성애자가 성정체성을 밝히고 공개적으로 군복무를 할 수 없도록 한 현행 법 규정때문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누구로부터도 자퇴 압력을 받지 않았지만, "레즈비언으로 비난받고 왕따될까 두려워서 성희롱도 참았고 동성애에 대한 경멸적 발언에도 어쩔 수 없이 눈감았었다"며 동성애자임을 숨겨야 하는데서 비롯된 괴로움을 토로했다.
밀러 생도는 동료 생도들과 어울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남자친구와의 데이트도 가공으로 꾸며서 얘기한 적도 있다며 "현재의 군대 정책을 지키기 위해 동료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나의 진실과 정체성을 속였다"고 말했다.
올 가을 학기 예일대로부터 입학 허락을 받아놓은 상태인 밀러 생도는 사회학을 전공하면서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 군 정책의 폐지를 위해 활동할 것이라며 "나의 자퇴가 실패한 법과 사회정책의 구체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밀러 생도는 예일대 학업을 병행하면서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 폐지를 위한 정치적 활동에도 참여할 것이라면서 "이 정책이 폐지될 경우 웨스트포인트 복학 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웨스트포인트 측은 "밀러 생도의 자퇴 신청서 검토가 이뤄질 것이며,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웨스트 포인트 생도로 지내게 될 것"이라며 "그녀는 성적이 뛰어났고, 웨스트포인트 재학중 학업이나 군사적, 체력적으로 아주 우수한 생도였다"고 밝혔다.
밀러 생도의 웨스트포인트 자퇴 사실은 진보적 성향의 MSNBC `레이첼 메도쇼’가 11일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 정책의 조속한 폐지를 촉구하는 특집물에서 밀러 생도와의 인터뷰를 방송하면서 알려졌다.
이 쇼를 진행하는 유명 여성 방송인 레이첼 메도도 역시 동성애자이기도 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 정책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올해 초 국정연설에서도 이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검토만 계속 진행되고 있고 결정이 내려지지 않아 진보진영의 불만을 사고 있는 상태이다.
레이첼 메도는 "폐지될 것이라고 하지만 계속 시간이 지체되고, 또 정의 실현을 위해 머뭇거리는 동안, 국가는 밀러 생도 같은 이들의 삶을 매일매일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조속한 정책 폐지 결정을 촉구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곧바로 이 정책을 중단시키지 못하는 것은 정치적 자본과 배짱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한 뒤 "하지만 궁극적으로 옳은 것을 옹호하는 행동이 지지세력을 다시 결집시키고, 자존감을 높이는 길"이라고 단안을 촉구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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