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김 추모음악회를 다녀와서
지난 주말 가까이 지내는 지인(知人)의 초대로 워싱턴 DC 케네디 테라스 극장에서 열린 ‘수지 김 추모음악회’ 다녀왔다. 클래식과 성가, 가곡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꾸며진 음악회는 내 가슴에 많은 은혜와 감동을 전했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질병, 뜻하지 않은 사고 등으로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간다.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꾸던 진시황도 죽음을 피하지는 못했듯,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인생을 기독교에서는 ‘잠깐 있다가 없어지는 안개’ 불교에서는 ‘한 조각 구름’으로 표현한다. 인간의 삶이 그만큼 덧없고 허무 하다는 뜻이다.
가족은 중력(重力)이라고 한다. 중력은 매순간 인식하지 않지만 중력을 벗어나기는 힘든 것이다 그래서 부부 사별(死別)은 머리에 묻지만 앞서 보낸 자식은 평생 부모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수지 김 추모음악회는 어느덧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꽃다운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수지 김 어머니, 비비안 김 회장은 누구보다 강인한 모성애로 이 행사를 지금까지 이끌어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국 어머니라면 어느 누가 고단한 삶의 질곡이 없겠는가. 모성애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아가페 사랑이다. 김 회장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딸에 대한 애끓는 사랑을 지역사회 암 연구 기금 모금과 음악 장학생을 선발, 앞길을 열어주는 큰 사랑으로 승화시킨 것 같다.
음악에 문외한인 나는 첫 무대에서 세계적인 소프라노 유현아 씨가 부른 ‘놀라운 주님의 은혜’를 들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영혼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 그 자체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유현아 씨에게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2살짜리 아들을 키우며 행복한 신혼 중에 남편이 권총강도에게 목숨을 잃었다. 그녀는 생물학을 전공했지만 늦은 나이에 성악으로 거듭나며 이제는 ‘사람들의 마음에 위안과 평화를 전하는’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었다.
몇 년 전 겨울 애난데일에서 가까운 지인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유현아씨는 아들이 커가는 모습과 음악공부 하며 역경을 이기고 외로움을 잊는다고 말했던 기억이 새롭다.
세계적인 흑인 소프라노 마리아 앤더슨이 1939년 부활주일 때 워싱턴 링컨 공원에서 무료독창회를 가질 때 거의 7만 명이 운집했다고 한다. 의회강당에서 가지려고 했으나 흑인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음악회 후에 앤더슨은 “차별과 고통은 처음에는 좌절을 주지만 나는 음악을 통해 나를 강하게 해주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창조는 역경과 상처 없이는 불가능 하다고 한다. 그래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있는 것 같다.
가슴에 와 닿는 좋은 음악으로 뜨거운 8월의 한여름 밤을 시원하게 해준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여성 합창단(MWC)과 9인조의 스트링 앙상블(String Ensemble), 유현아씨와 수 배, 실비아 홍 씨 등 모든 음악가들에게 신문 지면을 통해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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