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달러짜리 지폐를 동전으로 대체하려는 계획이 또다시 참담한 실패로 끝나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유통 지폐 가운데 장수기준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1달러짜리 지폐의 발행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내구성이 뛰어난 동전으로 대체하기로 하고 2007년부터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을 새겨넣은 1달러 동전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발행하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유통실적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재고만 쌓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21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07년부터 1달러짜리 `대통령 주화’를 발행하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매년 5억개씩 총 20억개의 동전을 찍어냈으나 올해 5월말 현재 10억개가 연방준비은행의 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다.
이러한 재고물량은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대통령 주화’ 발행 계획이 완료될 무렵에는 연방준비은행의 1달러짜리 동전 재고는 20억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준의 루이스 로즈먼 지급결제국장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수집가들의 수요 이외에 일반 상거래용으로 1달러 동전에 대한 수요는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달러 동전의 유통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이유로는 동전의 크기와 무게 때문에 휴대하기가 불편한데다, 1달러 동전을 쓸 수 있는 자동판매기의 보급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인은 1달러 지폐와 동전이 병행해 발행되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이 오랜 추억을 간직한 지폐를 더 선호하고 동전을 외면하고 있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애초 발권당국은 1달러 동전을 발행하면서 1달러 지폐의 발행을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미국민 사이에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초상이 들어 있는 1달러 지폐에 대한 향수가 워낙 강한데다 1달러 지폐의 발행중단 계획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집요한 의회 로비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동전과 지폐를 병행 발행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영국과 일본, 유로사용국 등에서는 미화 1달러에 상당하는 액면가치의 화폐는 모두 동전으로 유통되고 지폐는 오래전에 퇴출됐지만 선진국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미국에서만 1달러 지폐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발권당국은 1달러짜리 `대통령 주화’의 유통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개인과 기업이 `대통령 주화’를 주문할 경우 우송료없이 액면가격 그대로 동전을 배달해주는 프로그램을 도입, 지금까지 1억2천100만개를 판매했다.
그러나 이렇게 동전을 구입한 사람의 대부분은 신용카드로 동전을 구입한 후 곧바로 이 동전을 은행에 예치, 신용카드의 사용포인트를 적립하는 방편으로 이 프로그램을 활용한 탓에 동전의 유통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결국 이 프로그램도 곧 폐기됐다.
상황이 이쯤되면 유통이 지지부진한 채 재고만 쌓여 가는 `대통령 주화’의 발행을 중단하는 것이 더 낫겠지만 이미 의회가 `대통령 주화’의 발행 물량과 각 연방준비은행별 일정 물량의 재고확보를 법으로 정해뒀기 때문에 동전 발행을 멈출 수도 없는 형편이다.
미국에서는 1달러짜리 동전을 보급하려는 시도가 20세기에 들어선 이후 수차례 있었으나 경제주체들이 지폐를 워낙 선호하는 탓에 1달러짜리 동전 보급노력은 매번 실패로 끝났다.
과거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초상이 들어간 1달러 동전을 발행했을 때는 이 동전이 실제 상거래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으며, 이 동전이 카지노 도박장에서 쓰이는 칩과 같은 크기인 탓에 카지노의 칩으로만 활용되다가 발행이 중단된 적도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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