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4박5일간 방중이 마무리되면서 중국이 북핵 6자회담 재개의 고삐를 바짝 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16∼18일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의 방북을 통해 회담재개를 위해 모종의 실무합의를 한데 이어 이번에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두 정상이 6자회담 조속재개라는 한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북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의지에 변함이 없으며 한반도 정세 긴장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중국과 긴밀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6자회담 재개를 희망한다는 의지를 피력했고, 후 주석 역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지역의 긴장이 6자회담 국면으로 전환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하고 나선 것.
물론 북중 정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주요 당사국인 미국 등의 요구에 맞는 ‘진전된’ 조치에 합의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일단 실천의지를 강하게 나타냄으로써 1년반 이상 교착돼온 6자회담 재개노력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으로의 후계를 공식화할 다음달 초순 노동당대표자대회를 앞두고 중국의 정치적인 동의와 경제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북한이 이번에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통 큰’ 양보를 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 발생 이전인 작년 11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통한 대화재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북 제재해제와 평화협정 우선 논의를 주장하면서 버텨왔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해 변화가 있는 지도 주목된다.
중국이 6자회담 재개에 끊임없이 공을 들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조지 부시 미 행정부 시절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시작된 6자회담을 중국이 의장국으로 나서 외교력을 발휘함으로써 국제 외교무대에서 우뚝 설 수 있었다는 점에서 중국의 애착은 크다.
아울러 중국은 절체절명의 과제인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구축이 필요조건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해 6자회담 만한 솔루션이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6자회담은 후 주석의 최대 외교치적으로 꼽힌다.
여기에 중국은 올들어 봉착한 일련의 안보 위기도 6자회담을 통해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미 항모인 조지 워싱턴호의 서해 진입 위협과 미국-베트남 합동군사훈련으로까지 이어진 남중국해의 미중 갈등 국면에 대해 중국은 6자회담 재개로 이를 대화 국면을 바꾸려 한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중국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천안함 사태이후 그 원인 규명을 놓고 야기된 ‘북한-중국 대 한국-미국-일본’ 대립구도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북한-미국-중국-일본-러시아 간 머리를 맞댄 대화 국면으로 일거에 바뀔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특히 미국에 공을 들일 태세다.
천안함 사태 이후 동맹인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며 대북 강경노선을 보여온 미국에서 최근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고 보고 이를 파고 들겠다는 눈치다.
실제 미국 내에서 오는 11월 2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 보다는 경제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내에서 북한에 대한 기존의 강경일변도 외교정책을 재검토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전언이다.
이달초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부처 고위급 인사를 중심으로 대북정책 평가회의를 가진 게 단적인 예로, 이 회의는 대북정책에 새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994년 제1차 북핵위기때 한 차례 북미간 평화 특사 노력을 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직접 북한을 방문해 미국인을 석방해 데려온 점도 북미 간 긴장완화 조짐이라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내 대북 온건파를 집중 공략해 북핵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설득해 가능하면 빠른 시간내 회담 재개로 잇는다는 복안을 갖고 있어 보인다.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중국의 단기적인 대미 외교노력은 두 갈래의 경로를 통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축이 이미 미국으로 간 우다웨이 특별대표라면 다른 한 축은 조만간 방미할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이다. 우 특별대표는 미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보즈워스 특별대표를, 추이 부부장은 통상적인 카운터파트인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 등을 통해 북중 정상회담 내용을 전하고 협력을 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아울러 다음달 중순 이후에 개최될 유엔 총회에서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세력 규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탓에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반응이 향후 6자회담 재개 노력 흐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인교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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