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아지매 전생의 내 누부를 멕시코에서 다시 만났다. 삼단머릿채 댕기 머리를 커트형으로 잘랐을 뿐 옛 모습은 그대로인데 多産 능력은 여전해서 대천 한바다 같은 멕시코 넓은 땅 천지를 새끼들로 또 새끼들로 넘치고 출렁거리게 해 놓았다. 어쩌다 그녀 자식들은 나와 눈이라도 마주칠 양이면 어떤 녀석은 날더러 아제라 부르고 어떤 녀석은 날더러 매부라 부르고 아아 헷갈리누나, 촌수가. 그렇지만 전생의 아지매야, 내 누부야, 몇 만년 전 아니 몇 천년 전이라고 하자. 배링 해협을 남부여대로 손잡고 쓰러질 듯 손잡고 건너던 그 아득히도 춥고 배고픈 이정을 잊어버리지는 말아야지 말아야지.
배정웅(1941 - )
남미에서 20년, 남미 이민자가가 많은 로스앤젤레스에서 10년 가까이 살아온 배정웅 시인에게 멕시코 사람들이 가깝게 느껴지는 건 당연해 보인다. 남미의 원주민들이 생긴 것부터 비슷한데다가 먼 옛날 몽골에서 건너왔다고 하니 촌수를 따져보면 아지매요 누부일 수도 있겠다. 춥고 배고픈 이정을 잊어버리지는 말라고 당부하면서, 왜 화자는 ‘말아라’ 대신에 “말아야지”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그들에게 하는 말이 자신을 향한 다짐이 된 것이다. 마침내 화자는 그들과 동화된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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