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등 자제요청..이슬람권 격한 반발
미국의 한 교회가 9.11 테러 9주년에 맞춰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을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미국 안팎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최근 미 플로리다주 게인스빌 소재 `도브 월드 아웃리치 센터’ 교회가 9.11 테러 당시 알-카에다의 공격으로 숨진 3천명에 이르는 희생자의 죽음을 추도하기 위해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이슬람권 국가에서 격렬한 반발이 일어났고,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코란 소각 계획을 강력히 규탄하는 비난 집회가 잇따랐다.
상황이 악화되자 백악관, 국무부 등이 나서 7일 공식 우려를 표명하고 자제를 요청했지만, 코란 소각 계획을 밝힌 교회 측은 행사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그것(코란 소각)은 우리 군대에 해를 줄 것"이라면서 "우리 군에 해를 주는 어떤 종류의 그런 행동도 우리 정부의 우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종교의 자유는 미국 사회를 지키는 기둥이라면서 "코란을 불태우는 것은 우리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코란을 태우는 사진은 아프간과 전세계 극단주의자에 의해 대중 선동과 폭력 조장 목적으로 이용될 것이 분명하다"면서 "실제로 코란이 불태워진 것으로 확인되면 우리 병사들과 민간인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며, 임무 달성도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밖에서도 코란 소각 계획에 대한 비난과 우려가 있따랐다.
워싱턴을 방문중인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이날 코란 소각 계획은 아프간 주둔 동맹군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는 나토 동맹군의 가치를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우리 군의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 같은 행동에 대해서는 강력한 반대가 표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팎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도브 월드 아웃리치 센터의 테리 존스 목사는 "왜 우리는 그들에게 경고를 보내면 안되며, 왜 우리는 극단적 이슬람권에 `만일 당신들이 우리를 공격하면, 우리도 당신을 공격하겠다’는 경고를 보내지 못하느냐"고 반문하면서 행사 강행 의지를 고수했다.
한편 9.11 9주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 소위 `이슬람 혐오증(Islamophobia)’이 확산되면서 오바마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에릭 홀드 법무장관은 이날 오후 종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대처 방안을 논의한다.
(워싱턴=연합뉴스) 황재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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