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의 후반기를 ‘공정한 사회’를 위한 국정운영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사가 이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어떤 개념이 필요하고 최우선 해결 과제가 무엇인가 각 분야의 전문가 20여명에게 똑 같이 질문한 내용과 그들이 대답한 내용을 간추려 보도했다. 개념에 대한 그들의 대답을 보면 순리, 정의, 기회 균등, 공평성 등이고 해결 과제에 대한 그들의 대답은 지도자의 양심 내지 솔선수범과 약자에 대한 지도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경제적 양극화 해소, 대기업,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등등이었다.
그들이 대답한 개념과 과제는 한 ‘이상적인 사회 건설’의 그럴듯한 구호 같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사회 건설과는 거리가 있고 냉혹하기만 하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대기업이던, 중소기업이던 간에 그 기업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열심히 뛰면서 서로 경쟁도 한다. 이 경쟁 속에서 상생의 개념을 생각할 여지가 별로 없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배려는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미미할 따름이고, 도리어 대기업에선 중소기업의 납품가격을 인하시키겠다고 한다. 아무리 국가의 경제발전이 있다고 해도 실업률은 계속 6~8%로 유지되고, 항상 저소득층은 고소득층보다 많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원하는 직업을 가진다는 것을 포함해서 또 누구나 부유하게 잘 살 수 있는 기회균등의 사회를 구현시킨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문제이고, 잘 살고 못사는 경제적 양극화는 언제나 존재한다. 이 양극화를 어느 정도 해소시키려는 노력은 할 수 있으나 사실 그것은 용이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제3국 국민들에게 제한적이지만 한국의 직업시장을 개방했다. 네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국민들이 한국에서 직장을 잡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한국어 시험을 치르는데 응모자들이 몇 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실업률이 있는 한국이지만 특종 직업을 위해서 외국인들에게도 그 직업을 개방 했다니 아이러닉한 현실이다. 직업 균등의 복지사회를 이룩하자는 한국에서도 어떤 직업은 기피하고, 좀 더 낳은 직업만 선택한다. 그러나 자격과 시험에 통과되지 못하면 그 선택도 쉽지는 않다. 취직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취업에 균등한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위에서 말한 대기업-중소기업과의 관계, 경제적인 양극화, 그리고 직업선택에 대한 실제적인 현상을 볼 때 비록 ‘공정한 사회’ 속에서도 비공정한 면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균등한 기회, 약자보호, 법과 규칙 준수, 부와 소득의 균형적인 배분 그리고 공정한 관행 등이 잘 실시되고 있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이다. 한국은 이런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나라이다. 선진국에서는 그래도 그런 사회가 구현되고 있다. 반면에 북한과 같은 독제국가나 일부 저개발국가 및 빈곤층의 국가에선 그런 ‘정의로는 사회’란 말은 그다지 통하지도 않고, 아예 그런 말을 꺼낼 수도 없을 정도다. 한국은 그래도 언론의 자유가 있는 민주국가이므로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개념과 과제에 대해 자유로이 의사도 표현할 수 있고 토론에도 부칠 수 있다.
내가 45년 전 한국에서 살았던 시절엔 ‘돈과 빽이 있으면’ 다 통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말이 많이 사라졌을 것이다. 혹자는 아직도 그 말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지금도 권력과 요직에 어느 지방 출신들이 편중되거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사가 뒤에서 소위 ‘봐주기식’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지연, 학연도 작용한다.
그런데 지연에는 지역의 정서적인 면도 있다. 미국을 예를 들면 남부 사람들은 공화당을 선호한다. 한국의 영, 호남 지역의 어느 당 지지 현상과 비슷하다. 지역감정 타파를 외치면서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고 해도 지역정서는 수그러지지 않는다. 그러니 그 정서는 그냥 나 둬도 문제될 것 없다. 학연을 예로 들어보면, 미국 정계와 경제계에 아이비 대학 출신들이 중요 위치에 많이 포진하고 있다. 한국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다. 이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과거 오랜 기간 명문대 출신들이 사회에 나가서 좋은 자리를 많이 차지했다는 말과도 같다.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지역의 균형, 기회의 균형, 소득의 균형, 교육의 균형을 외칠 수 있으나 언제나 거기엔 비균형도 있게 마련이다.
장윤전
엘리콧 시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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