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뿌리를 알아야 하고 효도를 해야만 하는가? 자신을 위해, 자식을 위하여 그리고 사회를 위해서이다. 효(孝)는 이 세상 예법의 근본이고 또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르치다의 의미를 가진 교육(敎育)의 ‘교(敎)자가 보여주는 것처럼 교육의 진정한 뜻과 기본은 영어, 수학 등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효(孝)+문(文)’ 즉 효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배움과 교육의 근본이고 필수여서 글자까지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옛말에 ‘부모에게 아무리 잘 하여도 지나침이 없고 설령 잘 한다 할지라도 남에게 과시하거나 자랑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부모나 조상이 뿌리라면 자식은 줄기이다. 어떤 초목을 막론하고 줄기보다는 뿌리가 먼저이다. 인간도 이와 마찬 가지로 조상이 먼저인 뿌리에 해당되고 자손은 곧 그 줄기라고 할 수 있다.
근본을 무시하고 이 세상에서 잘 되는 일이 있을까? 나무의 뿌리가 건강, 튼튼하지 않고 줄기가 왕성해 질 수 없듯이 이것은 국가나 인간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 국가의 뿌리는 단군 조선, 그리고 뿌리 시조는 단군(檀君) 할아버님이시다. 개천절은 곧 정부에서 우리의 뿌리 시조인 단군 할아버님의 뜻과 정신을 기리고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4대 국경일 중의 하나이다. 정인보 작사 우리의 개천절 노래의 첫 소절에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샘)이 있고... 우리의 새암(샘(泉))이 곧 단군 할아버지이시다.
요사이 심지어 애완동물까지도 자기 계보를 찾고 가리는 세상에 우리는 왜 우리에게 유구한 역사가 있음에도 우리의 역사에 무지하고 게을리 하고 등한시하는 것일까? 개인의 가정사는 족보, 나라의 역사는 국사이다. 요사이 우리 한국 사회가 혼란에 빠지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 교육, 즉 가정에서는 효, 국민들에게는 역사 교육, 의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초등학교에서는 아예 국사를 가르치지 않고 또 중고등학교에서도 국사를 대학 입시 때 선택과목으로만 한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제나라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나라가 이 세상에 우리 말고 또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옛날 보다 개인적으로 윤택해지고 국가적으로도 부유해졌다고는 할 수 있으나 이 두 기본이 빠진 부자, 경제대국이 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설령 되더라도 사상와가나 풍전등화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가 약간 가난하게 살더라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바른 역사, 국가관, 성실성(Integrity)을 가르쳐 사회가 올바르고 깨끗케 하는 것이 위정자들의 책무이며 국가 장래로 봐서 더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개인, 사회, 국가가 썩은 마당에 아무리 국방비, 세금 등을 증액하고 경제 부국이 된다 한들 무슨 소용,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의 반만년 역사 속에서 단군은 우리민족의 시조로써 우리 민족이 단결하고 꿈을 다지는데 항상 구심점으로 작용해 왔다. 단군은 홍익인간(弘益人間), 제세안민(濟世安民)의 정신으로 나라가 융성할 때는 예술혼으로 살아 선도, 풍류도, 인내천(人乃天) 사상으로 우리 민족을 훈육하였고 민족의 수난기에는 호국운동을 전개하는 구심점이 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우리 한민족 모두에게 있어 단군이라는 존재는 종교적이기 보다는 민족적인 혼(魂)이라 할 수 있다. 단군 정신은 국난 때마다 우리 민족의 단결과 저항의 요소로 크게 작용해왔다. 삼국이 분열하여 대립으로 치달을 당시 통일의 밑거름으로 작용한 것이 단군 정신이었고 몽고의 침략으로 고려의 국권이 위기에 처했을 때 민족혼을 일깨워준 원동력을 갖게 해준 것도 역시 단군 정신이었다. 우리 민족이 주변 국가인 중국이나 일본에 동화되지 않고 단일 민족으로 떳떳하게 존속 할 수 있었던 것, 또 조선 왕조가 중국을 상대로 자주적 위상을 내 세울 수 있었던 것도 이 정신 속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민족의 암흑기였던 일제 치하의 만주에서 활동했던 우리 독립군들도 당시 그토록 어려운 상황 하에서도 매년 개천절에 식을 올려 조국 광복의 의지와 배달민족의 번영을 기원 하였다고 하며 또한 대한민국 상해 임시정부에서도 개천절을 국경일로 의결하고 해마다 성대하게 봉행해 독립의 의지를 굳게 다졌다고 한다.
절망과 위기의식이 교차하는 요즈음 우리 민족의 단합을 위해 특히 개천절에 대한 우리의 올바른 이해가 절실할 때이다. 우리 민족들만의 국경일인 개천절과 한글날이 속해 있는 풍성한 10월을 맞아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개천절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선대의 정신과 족적을 성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금년은 특히 우리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던 경술국치(1910년 8월 29일) 100년째 되는 해이고 국제 정세로 보아도 아주 혼란한 때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 우리 역사의 중요성을 알고 깨달아 임진왜란, 병자호란, 경술국치 등 수치스러운 역사가 반복하지 않도록 서로 현명하게 대처하고 노력하며 적어도 우리 후손들에게만은 이러한 오점의 역사를 다시는 넘겨주지를 말자.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말대로 선대들의 물려준 아름다운 유산과 전통을 잘 가꾸고 보존해서 그것을 초석으로 우리는 밝은 역사를 창출해서 함께 우리 후예들에게 잘 전해 줄 의무가 있으며 또 현세를 사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고 책무이기도 하다 .
“Fatherland and Parents never leave us, but we leave them!” (조국과 부모님은 우리를 절대 버리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버리는 것이지!)
김영식
볼티모어,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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