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의 날인 1910년 8월22일 세계지도상에서 태극기와 동시에 대한제국이 사라졌다. 동시에 일본은 대한제국은 조선국으로, 대한제국황제는 조선왕으로 격하시켰다. 조선총독부의 초대총독 데라우치는 조선총독부청사 대연회장에서 행한 취임식에서 오만의 극치를 연출했다. “오늘부터 조선인은 내 명령에 따르던가 아니면 죽어야 한다”라고 한 그 역사의 현장이 없어졌다.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을 전개한다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벌써 15년 전의 일이다.
잘못된 그림은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그리면 된다는 한심한 역사관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역사 바로 세우기도 아니고 역사 청산도 아니다. 그것은 역사말살 행위이다.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는 미국문학의 최고 걸작이다. 17세기 미국 보스턴 청교도마을, 간통죄에 대한 형기를 마치고 어린아이를 안고 감옥소를 나오는 해이턴의 가슴에는 주홍색 A(Adultery, 간통)자가 새겨져 있다. 해이턴은 평생 동안 A자 명찰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최종판결을 받은 것이다.
간통 상대자의 이름을 밝히라는 온갖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해이턴 부인. 그녀의 가슴에 새겨진 A자는 마을사람들 사이에서 서서히 Adultery에서 Angel(천사)로 인식이 변해간다. 반면 간통의 상대방인 목사 딤스데일은 목사라는 족쇄에 얽매여 차마 자신의 죄를 세상에 드러내지 못하고 처참하게 몰락해 간다.
확실히 총독부건물은 치욕의 식민통치 36년의 주홍글씨이다. 그러나 도저히 손상시킬 수 없는 역사문화 유산이기도 하다. 다소 위치를 옮겨서라도 반드시 보존했어야 했다. 포퓰리즘적인 짧은 생각으로 앞으로 천년동안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역사유적을 파멸시켰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백춘기/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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