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기업들이 저금리 정책 덕분에 싼 금리로 거액의 자금을 조달하고도 불투명한 경기전망 때문에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 보도했다.
현재 미국의 기업들이 갖고 있는 현금 자산 규모는 1조6천억달러 규모로 전체 자산의 6%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추산된다.
올 1.4분기의 현금자산 비율은 6.2%를 기록해 사상 최고였던 지난 1964년 이후 최고에 달했다.
이는 연준의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채권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막대한 자금을 빌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 리서치 업체인 딜로직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올 들어 고수익.투자등급의 채권 발행을 통해 4천88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전체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규모보다 7%나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경기회복세가 느린 속도로 진행되다가 최근에는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될 조짐마저 보이는 등 미래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에 투자를 꺼리고 있다.
거액의 자금을 저렴한 비용으로 조달하고도 이를 신규 투자나 채용에 쓰지 않고 내부 유보하거나 주가 관리, 인수.합병(M&A) 등에만 사용하고 있어 저금리가 고용 증가를 통한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분기에는 기업들이 새 설비와 소프트웨어 구매를 늘리면서 현금자산 비율이 다소 낮아지기도 했지만, 이런 투자규모는 금융위기 이전의 최고치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 신문은 이런 최근의 상황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에 나서야 경기가 회복되지만, 기업들은 경기가 회복돼야 투자와 고용에 나서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과 가계는 여전히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고 저금리로 인해 이자 수익을 기대하는 퇴직자 등은 고통받고 있지만, 움츠러든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크레디 스위스 뉴욕 사무소의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너 사포타는 "그들은 자금조달에서 (저금리의) 혜택을 보고 있지만, 현금을 갖고만 있기 때문에 경제에는 아직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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