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라 연방의회 내 현직 정치인들의 러브콜이 잦다.
특히 올해에 유난히 더한 이유는 양당이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고, 더구나 2007년 일본군 위안부결의안 통과 이후에 연방의회를 상대하는 한인들의 집단적인 접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선거를 치러야 할 현직 의원들은 지역구의 한인 유권자들을 의식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관심은 ‘선거자금’이다. 어떤 의원은 갑자기 뉴욕의 한인 커뮤니티를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보내기도 한다.
보내온 이메일은 “독도문제와 한미동맹 관계 문제를 갖고서 찾아왔던 당신을 기억한다. 언제 뉴욕을 방문하니까 만나자”라는 내용이다.
미국의 현직 의원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필자만큼 절실하게 체험한 사람이 있을까? 의원은 다음에도 의원이고 우리에겐 연방의원을 상대할 현안이 첩첩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요즘엔 의원으로부터의 접촉을 오히려 피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꿈에도 예측하지 못한 필자는 지난 5년 동안 정말로 용감하게 워싱턴의 의회를 찾아다녔다. 한인사회의 현안과 입장을 의원들에게 반복해서 들이밀었다. 언제는 뉴욕의 한인들을 대형버스에 태우고 몇십 명씩 단체로 의사당을 방문해서 의원을 닦달하기도 했다. 그냥 그렇게 하면 되는 줄 알고 그것이 시민의 정당한 권리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뉴욕이 지역구가 아님에도 선거철에 뉴욕을 방문하겠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삼척동자도 알만한 일이다. 모금을 해 달라는 것이다. 어느 의원은 본인이 차기 어느 상임위의 수장이 된다고, 그래서 분쟁지역 출신의 이민그룹들이 서로 만나자고 경쟁한다는 것을 은근히 알려주기도 한다.
아시아계를 책임지는 어느 연방의원은 뉴욕의 중국, 인도 커뮤니티의 초청으로 맨해턴을 방문하게 되었다고 연락을 해 왔다. 선거철의 모금에 대해선 반드시 보답하는 연방급 의원들의 불문율이 있으며 선거 전의 모금은 선거 후의 모금에 비해서 5배의 효과를 낸다.
그러한 상황에서 모금 요청을 해오는 의원들의 접촉은 우리로서는 분명히 러브콜인데 감당해야 할 필자로서는 피하고 싶은 콜이다.
미국에서의 선거운동은 청중을 동원한 유세가 아니다. 시민들을 향해서 후보자가 정책을 내놓고 그것에 돈을 내라는 것이다. 그러한 방식으로 선거일 전까지 누가 돈을 많이 모으는가의 경쟁이다.
표수는 액수에 비례해서 나오고 그렇게 당선이 확정된다. 돈 많은 사람이나 기업이 무제한으로 기부하는 돈을 정치용어로 ‘소프트머니’(soft money)라고 하는데 2004년 이것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정치인들이 소액다수의 모금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모금 액수만큼 지지를 받는다는 것이 틀린 말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일반 시민들 속으로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을 풀뿌리 정치참여의 시대라고 한다. 아무리 유권자라 해도 현안을 위해서는 모금이 필수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그냥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정치인을 위한 기부행위를 보면 한인들의 숫자가 적지 않지만 그것이 정치적인 힘으로 잘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집단적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 기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동석 / 뉴욕유권자센터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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