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다멜, 테너 후안 플로레즈와
LA필 시즌 오프닝 갈라 콘서트
구스타보 두다멜과 LA 필하모닉의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됐다.
지난 7일 열린 2010~11 시즌 오프닝 갈라 콘서트는 지난해보다 한결 조용했으나 음악은 더 풍요로웠다. 1년 전 두다멜이 처음 취임했을 때의 오프닝 콘서트는 얼마나 난리 북새통이었는지, 1가와 그랜드 애비뉴 일대가 완전히 마비된 것은 물론 월트 디즈니 홀은 온통 갈라 파티 참석을 위해 화려한 파티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은 돈많은 후원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올해 오프닝도 대단은 하였으나 작년보다는 훨씬 안정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두다멜은 전세계의 눈길이 자신을 향해 쏟아졌던 그때보다 훨씬 여유 있고 자신 있는 모습으로 연주를 충실히 이끌어가는 모습이었다.
이번 시즌 오프닝 콘서트를 두다멜은 유명한 페루 출신 젊은 테너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Juan Diego Florez)와 함께 열었다. 두 사람은 1부는 로시니의 오페라들로, 2부는 남미 음악으로 프로그램을 짜고, 오케스트라 연주와 노래 협연을 번갈아 엮어서 함께 연주했는데 썩 훌륭하고 즐거웠다.
원래 1부 프로그램은 서곡(‘도둑까치’ ‘세미라미데’)과 아리아(‘신데렐라’ ‘세미라미데’)를 각 2개씩 연주한 것 외에도 ‘윌리엄 텔’ 서곡과 아리아까지 들어있었으나 시간 관계상 윌리엄 텔의 것들은 생략하기로 했다고, 두다멜이 연주 도중 마이크를 잡고 양해를 구했다.
이 콘서트는 무엇보다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라는 어마어마하게 노래 잘하고 잘 생기고 젊은 테너와 라틴 음악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준 음악회였다. 사실 처음에는 한 시즌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오프닝 콘서트 치고는 프로그램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언제나 혁신을 추구하는 LA필하모닉의 전통과 베네주엘라 출신의 20대 지휘자의 만남이 빚어낸 이날의 레퍼토리는 이곳 캘리포니아가 거의 히스패닉 세상이 되어가는 현실에 비추어볼 때 그보다 더 적절한 선택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2부의 연주곡들은 계피꽃(La flora de la canela by Granda), 그라나다(Granada by Lara), 와팡고(Huapango by Moncayo), 후라메(Jurame by Grever), 알마 일라네라(Alma Ilanera by Gutierrez), 단존(Danzon No.2 by Marquez) 등.(앵콜 곡으로 플로레즈는 도니제티의 ‘연대의 딸’과 베르디의 ‘리골레토’ 아리아를 들려주었다)
타악기와 금관이 많이 사용되고 때로 아코디언도 등장하는 라틴 음악은 밝고 낭만적이었다. 화려한 멜로디와 리듬이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반사했으며, 대체로 부드럽고 서정적이며 대단히 로맨틱해서 특히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의 노래를 듣고 있자니 곁에 누가 있어도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열정을 느끼게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날 음악회에는 혼자 갔다)
이번 시즌에 두다멜은 오프닝 콘서트를 포함 총 12개 프로그램을 지휘한다. 이중 적어도 하나쯤은 꼭 관람할 것을 권한다. 오케스트라 뒷자석(Orchestra View)은 가격도 싸고 지휘자를 마주 볼 수 있어서 정열의 화신 두다멜의 모든 몸짓과 표정을 실컷 볼 수 있는 자리다.
▲10월14~17일: 메시앙 ▲1월6~9일: 번스타인, 베토벤 ▲1월13~15일: 말러 9번 ▲3월3~6일: 브루크너 ▲3월10~12일: 차이코프스키 ▲3월17~20일: 쇼스타코비치 ▲5월5~8일: 브람스, 골리조프 ▲5월12~15일: 스티븐 매키, 브람스 ▲5월19~22일: 브람스 2번 ▲5월26~29일: 브람스 3번 ▲6월2~5일: 브람스 4번
www.laphil.com (323)850-2000
<정숙희 기자>
지난 7일 열린 2010~11 시즌 오프닝 갈라 콘서트에서 구스타보 두다멜(왼쪽)과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가 열연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