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면 가을 냄새가 물씬 난다. “아, 어느새 가을이구나” 하는 생각에 괜히 맘이 울적해지고 감상적이 된다. 가을바람이 드는 것이다.
그런 날이면 생각나는 것들이 많아진다. 우선,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괜히 서점에 가서 책 두어 권을 사서 두서없이 읽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가을에는 멍하니 텔리비전을 쳐다보기보다는 글 냄새 물씬 풍기는 책에 더 끌린다. 한장 한장 손으로 넘기며 읽어 내려가는 묘미가 있기에, 요새같이 디지털이 판치는 세상에도 종이책이 가을에는 더 어울린다.
쌀쌀해진 날씨만큼 또 부쩍 강해지는 것이 바로 식욕이다. 비오는 날이면 특히 빈대떡이나 부침개가 그리워져서 올 가을 우리 집 프라이팬은 부침개와 전을 부치느라 말 그대로 프라이팬에 불이 났었다. 그리고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져서 홍합탕이나 짬뽕국물이 단골로 더해진다. 선선한 바람과 흐린 날씨가 식욕을 마구 마구 돋구어낸다.
요새 같이 비가 자주 내릴 때면 또 멋진 음악을 들으며 차 한 잔을 마시고 싶어진다. 그래서 요사이 흘러간 추억의 명곡들이나 옛 팝송들을 열심히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해서 내 엠피3에 저장해 두고, 열심히 듣고 있다.
비 내리는 바깥풍경을 보면서,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멋진 음악을 듣고 있으면, 세상의 그 어떤 부자보다도 내가 더 부자가 된 듯 행복하다. 가을이 깊어진 요즘, 나는 가을 냄새와 바람에 물씬 젖어 가을 여자가 되어버렸다.
아, 오늘 저녁엔 또 뭘 해 먹을까? 가을날의 이 끝도 없는 식욕 때문 에 나는 오늘도 또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박세리/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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