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못 속인다는 말을 흔히들 쓴다. 어떤 일을 잘 했거나 못 했거나 그 일의 내력을 더 깊이 있게 드러낼 때 쓰인다.
그 말이 맞는 말 같다. 나는 내가 생각해도 평상시는 잘 모르다가도 어떤 일에 좀 깊이 생각해 보면 부자간에 형제간에 닮은 내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피는 못 속인다는 뜻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또 80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출생지 함경도의 끈질긴 기질을 이어옴도 피는 못 속인다는 말과 상통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하지 않아도 함경도 아바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더욱이 지금 내 신분은 엄밀하게 시민권자로서 미국인이다. 그런데도 나는 이곳 야구 선수들 중에서도 박찬호나 추신수 선수를 미국 선수들보다 더 관심을 갖고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나는 어제 오늘 TV와 신문기사에서 눈을 돌리지 못하고, 특히 스포츠 뉴스에 눈이 고정되고 흥분하고 형용 못 할 가슴에 벅차오르는 희열을 억제할 수 없었다.
TV와 각 신문사가 격찬 속에 박지성의 발끝을 칭찬하고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여 크게 보도한 사실이다.
나는 구기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축구를 좋아한다. 소시(少時)에는 조금 축구에 빠졌던 일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지금도 축구 중계는 거의 빠지지 않고 관전하는 정도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축구선수들이 많이 있다. 확실히 2002년 월드컵 4강에 진입한 이래 눈부신 발전이 있었으며 현재 국제적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며 대한민국을 세계에 선양하는 선수들도 많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나는 박지성 선수에게 특별한 관심과 애착을 느낀다. 그 이유는 사실 박지성 선수가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이 해외에서 확실한 인정을 받을 수 있게 한 선수라는 데 큰 의미를 갖는다.
물론 그 이전에도 차범근 같은 선수도 있었지만, 우리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콜링하도록 길을 트게 향도적 역할을 한 장본인이 박지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축구의 종주국인 영국에, 그 중에도 역사를 가진 유명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입단하여 패기 있게 활약하는 박지성 선수는 우리 국민들의 신망이요 기대였다. 그러던 박지성 선수에게 잦은 부상 등 슬럼프로 인해서 한 때 트레이드설까지 나올 정도였다.
심지어 지난번 일본과의 중요한 축구 국가대표 친선경기에도 무릎 부상으로 뛰지 못한 지경에까지 이르러 국민의 많은 기우와 염려로 점철되었었는데, 지난 7일 올버햄턴과의 경기에 양팀의 맹렬한 접전으로 승부를 점치기 어려운 전반 종료 직전에 오른 발로 선제골을 쏘았고 또 동점으로 필사의 공수의 백병전의 후반 종료 직전엔 왼발로 미사일 포로 맨유에 승리의 축포를 터뜨리게 하였다.
실로 오른발 왼발 가리지 않고 적진에 맹폭하여 일약 대 영웅으로 추앙받게 됐다.
맨유의 까다롭기로 유명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최고의 스타라고 끌어안고 감격할 뿐 아니라 영국의 일간 신문은 물론이요, 전 세계의 스포츠계가 찬란한 영웅으로 격찬에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감격의 순간을 보며 나도 어느새 대한인으로서 긍지와 쾌재를 느끼면서 한 피의 젖줄을 빨아 왔음으로 이토록 기쁘고 통쾌하고 함께 승리를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피는 속일 수 없다!
이경주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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