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중국의 국력이나 국제적 지위는 막강하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금주 G20 서울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중요한 토의 대상의 하나로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일본 등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가 냉랭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인도 방문에서 인도가 앞으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승격되도록 밀겠다고 선언했다.
왜 미국은 중국을 경계하는 것인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최근 호주에서 제시한 설명을 들어보자.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믿음직한 ‘스테이크 홀더(stake holder)’가 돼야겠다는 의지나 그렇게 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한참 멀었다(China has a long way to go).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있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스테이크 홀더’는 회사의 주주 같은 주요 이해관계자 또는 책임 있는 이해관계자를 뜻하며, 이 경우의 이해관계란 국제사회 전체의 안녕질서와 번영을 의미하고 있다.)
“역사에 대한 명확한 파악을 근거로 판단할 때 정치적 활동 공간과 투명성을 수반하지 못하고 경제적 성장만 있을 경우에는 중국은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긴장 사태를 경험하게 될 것이며 그러한 사태들과 씨름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중국의 내정 문제(an internal matter)이다. 다만 중국이 내부적인 긴장 상황들 때문에 중국이 대외적으로 취하는 행동들로 인하여 주변 국가들이나 국제사회 전반의 이해와 복리에 해를 끼치게 될 때는 (내정 문제에 그치지 않는) 예외가 된다.”
한 강대국의 고관이 또 하나의 강대국에 대한 우려를 이 이상 분명하게 말하기도 힘들 것이다. 요는, 클린턴의 이야기는 민주화 없이 경제력이 커지는 중국의 체제에 계속 주목해야 되며, 할 말은 해야 된다는 것이다.
클린턴의 이러한 설명은 호주 기자(일간 신문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질문에 대한 응답이었다. 기자는 호주 국방부의 한 고관이 중국의 급부상에 주목하면서 호주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하향 조정해야 되겠다는 주장을 편 데 대한 논평을 요청했던 것이다.
클린턴은 응답에서 우선 미국과 호주 국민들이 공통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양국 관계는 두 나라 국민들에게 소중하다고 클린턴은 논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과 관계를 갖지 말아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양국 간의 “핵심적인 파트너십”이 달라져야 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교역이 증대하고 외교 교류가 늘어난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양국 관계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클린턴은 말했다.
이런 이야기는 호주처럼 민주 정치와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삼고 있으므로 호주처럼 미국과 가치관 면에서 공감대가 넓은 한국의 대미 동맹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한국과 중국은 역사적으로 사대적인 관계를 가졌었다. 그러나 경제적인 유대가 무척 깊어가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중관계의 초점이 근시안적으로 경제적 이해관계에만 쏠려서 될 일은 아닐 것 같다. 미국과의 공고한 관계를 유지하고 키우자면 민주적인 가치관에 대한 인식과 긍지를 높여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의 애매한 태도나 반체제 민주 인사 류샤오보의 투옥 중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한 중국의 신경질적인 반발에도 나타난 것처럼 중국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중국을 공식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한 것이 인권단체들의 비판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총장 재선을 앞두고 중국의 눈치를 살피는 태도가 한심하게 보였던 것이다.
진철수
한국일보 문화센터
영어 특강 강사
usabriefing.net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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