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의 단풍 곱게 물드는 10월! 야자수가 하늘거리는 LA에서 열린 국제 동문회를 마치고 3대의 대형버스에 오른 동문들과 함께 50년 전 꿈 많고 발랄했던 여고시절 추억을 꺼내보며 뒤풀이 여행길에 올랐다.
캘리포니아 풍치지구인 모하비 사막을 지나 서부 교통의 요지 바스토우를 거쳐 네바다 콜로라도 강변 휴양도시 라플린에 도착했다. 종일 달려온 피곤한 몸들을 푸느라 저마다 정해진 호텔방으로 속속 숨어 쉬기에 바빴다.
일정에 따라 서두른 새벽잠에서 깨어난 동문들은 어둠을 뚫고 달리는 버스에 앉자마자 깊은 잠에 빠지고 센스 있는 가이드는 조용한 음악으로 분위기를 깔아준다. 그랜드 캐년 전진기지 윌리엄스에서 조식을 마치고 국립공원 사우스림 지역과 그랜드 캐년의 웅장함을 볼 수 있는 메더포인트에서 내린 우린 색상이나 규모가 지상을 초월한 장엄함에 감탄사를 쏟아내며 저마다 디지털 카메라에 배경을 넣어 멋진 포즈를 잡느라 법석이다.
하루 여행 일정이 끝나면 동기끼리 한방으로 우르르 모여 밤을 새워가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성의는 누가시켜서 될 일인가. 오늘을 위해 6학년 7반, 8반 학생들은 늙기를 거부한 젊음을 발산시키느라 그간 체력유지에 온갖 정성을 쏟은 게 분명하다.
아름다운 인공 호수 ‘레익파웰’에 도착하고 유람선의 탑승, 유유히 흘러가는 뱃머리에 기대어 계곡 따라 펼쳐지는 붉은 바위 경관에 취해 불어오는 차디찬 새벽 공기를 막느라 마후라로 온통 얼굴을 감싸고 아름다운 경관을 놓칠세라 여전 셔터 누르는 소리가 요란했다. 살짝 말한다면 동문회에서 주최하는 사진 콘테스트가 있으니 저마다 실력 발휘의 기회일테니까.
나바호 인디언들의 숭고한 성지로 또 서부영화의 심벌로서도 잘 알려진 모뉴먼트 밸리에 도착해 끝없이 뻗은 붉은 대평원 위를 현지 인디언 안내로 차에 탑승했다.
치솟은 거대한 암석기둥과 절벽언덕, 백인들과의 수많은 싸움에서 패한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불행한 역사가 기록된 역사의 현장을 달리는 지프차는 붉은 흙먼지를 펄펄 날리고 우린 먼지 방어용 마스크를 쓰고 변장하고야 답사가 가능했으며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다음 날 안개 자욱한 새벽길로 꼬불꼬불 위험천만한 언덕길을 한동안 오르니 공원 안에는 아직도 형성과정에 있는 것들과 무너져서 이미 석주만 남은 것들 크고 작은 몇 백 개의 아치들이 널려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이의 석탑과 절벽들, 고층건물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돌봉우리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가지가지의 세계적인 천연조각물 아치의 캐년 국립공원은 유타주 동부에 위치해 있다. 수백 개의 이르는 아치들과 첨탑들이 장구한 세월동안 물과 공기로 한시각도 쉬지 않고 변화를 계속하면서 장엄한 천연의 조각물들이 만들어진 것이리라.
LA로 돌아오는 길에 세계 최대의 컨벤션 도시 라스베거스에 도착 후 우린 밤잠을 접고 시내 야경 관광에 나섰다. 도박의 도시답게 흥청거리는 거리엔 많은 관광객이 넘쳐나고 하늘로 치솟는 분수 쇼는 색색 조명의 빛을 발하는 아름다움에 환호성이 터진다.
4박5일간 동문들과 함께한 황혼의 수학여행은 시공을 초월한 날들 속에 일생을 두고도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의 장을 만들어갔으며 더 이상 늙지 않는 이대로의 모습으로 세월을 꽉 붙잡고 싶은 욕심도 가져 보았다. 찾아간 곳곳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대자연에 감탄하고 자연은 인간 앞에 진실하게 훈훈하고 정겹게 살아가라는 교훈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자연을 찾아가는 것보다 자연이 우리를 한없이 기다려 주는지도 모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