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한 일간지 신문 1면의 톱기사 제목이 ‘여의도 시계 0’다. 이 날은 마침 미국의 서머타임이 끝나 일요일 아침 2시를 1시로 늦추기로 한 날이라서 한국에도 같은 시기에 서머타임이 끝나는 것이라 이를 안내하는 기사인줄 알았다.
기사 내용을 읽다가 놀랍게도 이 기사는 시계(時計)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우리 정가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시계(視界)가 제로라는 말이었다. 한문을 쓰지 않고 소리로만 읽는 기사에 이런 제목을 달았으니 이런 오해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인데 언론에서도 이런 고려를 하지 않은 듯싶다.
지금 우리는 한글 전용 시스템 때문에 이처럼 터무니없는 오해를 만들고 한문을 읽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은 이런 부작용으로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문맹자가 되고 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기 전 약 1,500년 동안을 우리는 우리글이 없으므로 중국의 한자를 들여와서 써 왔고 한글이 창제된 이후에도 한자에 근거한 우리말을 계속 써 오고 있다.
지금도 우리말의 70%가 한문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말의 70%에 해당하는 한자에 근거한 우리말을 그 한자를 무시하고 발음만을 한글로 표시하다 보니 한글 전용이라는 제도가 이제 우리글을 오직 발음기호로만 쓰이도록 폐허화시키고 말았다.
한자를 공부하지 않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서도 전문 학술용어의 거의 전부가 한문에 근거한 우리말을 이해하지 못해 학생들이 공부를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고 대학입학 시험 준비 때에 몸에 배인 선다형 시험공부 식으로만 공부를 하다 보니 학생들의 수준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고 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우리가 외국인의 고유명사를 한글로 쓸 적에 발음인 한글과 원래의 문자를 병기해 주고 있다. 도쿄(東京), 베이징(北京), 오바마(Obama), 하토야먀 유키오(鳩山由紀夫) 같은 외국의 고유명사는 이렇게 한글 발음과 원명인 한문이나 영문을 병기해 주는데 오직 우리 이름은 그냥 그 발음만 적는다. 이름은 그 발음일 뿐이다. 그러니 그냥 발음만 쓰는 것은 한글 전용 제도에 대한 잘못된 이4해에서 비롯된 반쪽만의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방송인들조차도 거의 전부가 비표준발음을 쓰고 있다. 특히 한자에서 근원한 단어에서 그 한자의 장단음을 구별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다. 대한민국을 대:한민국으로 읽지 못하고 대한민국으로 읽는다. 영어에서 온 외래어를 읽을 적에도 그 원 영어의 스펠링을 알지 못하고 한글로 써 준 발음만 쫓아 읽다보니 아주 웃음거리가 된 것이 많다.
동계올림픽 때가 되면 우리 선수들이 거의 휩쓰는 종목이 ‘Short Trek’이다. 이것을 한글로 ‘쇼트 트랙’이라고 써 주니 이것을 영어의 ‘Shot Trek’처럼 발음해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그 원음에 가깝게 읽게 하려면 차라리 ‘쇼-(트) 트랙’이라고 써 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법원에서 한국어 통역관 시험에 응시한 한인들 중에 특히 젊은 층의 지원자들은 거의가 영어는 능통한데 법률 용어 같은 한국어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역시 한문 공부를 하지 않다 보니 제대로 된 용어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한문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한자로 된 말은 우리말이지 중국어가 아니다. 그러니 우리말을 모르는 문맹을 더 이상 양산해서는 안 된다.
박 중 돈
법정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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