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잎사귀와 가을바람이 만들어 내는 소리가 여유롭다. 이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난 오늘 마지막 가을걷이를 할 참이다. 우선 지난해 가지치기 때 모아 두었던 나뭇가지로 모닥불을 피웠다. 한 해 동안 햇살에 마른 나뭇가지가 불을 지피기에 딱 좋다. 타닥타닥 타는 소리도 일품이지만 진한 커피향 같기도 한 나무 타는 냄새는 더 좋다. 그 속에 일하다 참으로 먹을 고구마를 은박지로 싸서 넣어두면 가을걷이 준비는 끝난다.
누렇게 여문 부추 꽃은 탈탈 털어 씨앗을 받고, 아직 싱싱한 하얀 꽃은 묶으니 근사한 꽃다발이 된다. 부추 잎은 모두 잘랐다. 겉절이도 좀 하고, 부추전도 만들 만큼 양도 넉넉하다. 깻잎도 뽑아 정리했다.
푸른 끼가 아직 남아 있는 토마토, 이것 역시 따서 바구니에 넣었다. 햇볕을 좋아하는 식물인데, 여름만큼 해를 받지 못하니 빨갛게 익기가 쉽지 않다. 고추도 모두 따서 채반에 널었다. 다 모아도 한 바구니도 되지 않을 내 채소밭 가을걷이지만 나는 행복하다.
피워 놓은 장작 위에서 아까부터 끓고 있던 물을 따르고, 레몬 중에서 작은 것으로 골라, 즙을 짜 레몬차를 준비하고, 긴 나뭇가지로 아까 넣어 놓았던 군고구마를 꺼내 차리니 근사한 새참이 되었다.
이렇게 하루를 보냈다. 기억해두지 않으면 다음날 무얼 했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을 평범한 일상들, 하지만 이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박명혜/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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