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난 이야기지만 11월의 얼어붙은 ‘장진호전투’가 생각나기에 기억나는 대로 적어본다. 지난 6월 낸시 펠로시 연방 하원 의장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았다. 이는 의회 차원에서 한국전쟁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정중한 초청장이었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들을 포함해서 한국전 참전 단체장들에게 고마움을 전달하기 위한 행사였다.
지금의 워싱턴 기후는 초겨울에 들어서면서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다. 그러나 6.25 한국 전쟁 시의 11월의 북한 개마고원의 장진호 전투 때는 영하 35도가 넘는 살인적인 추위였다. 당시 필자도 한국군 해병대로 6.25전쟁에 참전 했다. 우리는 우리의 조국을 붉은 마수로 부터 지키기 위해서 싸워야 했지만 코리아란 나라가 어데 붙어 있는지도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낯설고 물설은 미군들의 이야기가 눈물겨웠다.
크리스마스는 집으로 돌아가서 맞을 거라던 맥아더 원수의 약속을 기대하며 장진호에 들어선 2만5,800명의 미 해병 장병들을 맞은 건 12만8,000명의 중공군이었다. 중공군은 밤에만 은밀히 행군하며 낭림산맥 속으로 스며들어 미 제 1해병 사단을 포위했다. 서부전선의 유엔군도 중공군에 밀려 철수를 준비하던 터, 이들은 장진호에 고립되고 만다. 7,000명이 넘게 전사한 장진호 전투는 미 해병대 군사(軍史)상 가장 큰 피해를 남겼다. 그러나 결코 패배한 전투로 기억되지 않는다. 미 해병대가 중공군의 공격을 18일간 막아 주었기에 10만 명의 피난민이 흥남 부두를 통해 철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 해병대에게 장진호 전투는 자신들의 피해에 10배의 피해를 중공군에 입히며, 돌파에 성공한 가장 위대한 후퇴작전으로 전사에 기록되고 있다.
장진호 전투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1950년 11월 27일 밤에 백병전으로 중공군을 물리치고 방어선을 다시 구축했지만 그 대가는 엄청났다. 주변 일대는 적과 미군의 시체로 뒤덮였다. 이 기습 공격에서 많은 미군 병사들이 침낭 속에 잠든 채 적의 총검에 찔려 죽음을 당했다. 날이 밝은 다음에 부대는 재편성되고 전사자로 부터 탄약을 회수해 생존자에게 재분배해야 했다.
방어선 일대의 모습은 마치 지옥의 한 장면을 옮겨 놓은 듯했고 그것은 흩어진 무기와 여러 장비 그리고 미군과 중공군의 시체들로 뒤죽박죽이 된 대혼돈의 마당이었다고 한다. 땅은 얼어 붙어서 파지지 않고 얼은 시체들은 잘라 놓은 목재처럼 세 겹, 네 겹으로 쌓아 올려졌 다. 12월 1일 포위 돌파전은 오후 늦도록 일대 도살극을 연출했다. 이날 오후 늦게 대열이 유린되자 중공군은 미군 부상병들이 실려 있는 트럭으로 기어 올라가서 무력 하게 누워 있는 미군 부상병들을 쏘고, 찌르고 했다.
장진호 전투는 단순한 1개 사단의 철수전이 아니라 미국과 중공의 자존심 대결이었다. 그런 상징적인 전투에서 해병사단이 결국 포위망을 뚫고 철수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또한 해병사단이 항공기로 철수하지 않고 지상 철수과정에서 부대건재를 유지하면서 중공군 병단에 가한 치명타는 중공군 전체 작전에도 심각한 타격을 줬다. 나아가 전쟁의 전반적인 국면에도 큰 영향을 줬다.
만약 해병사단이 중공군 병단의 포위망을 돌파하지 못했거나 항공철수를 했을 경우 어떤 상황이 야기됐을까? 아마도 함경도 일대에까지 진출했다가 철수하는 한국군 수도 사단과 3사단은 물론 미 10군단 전체가 중공군에게 포위당했을 것이다. 6.25전쟁을 체험하지 못했던 한국이나 재미동포 젊은이들은 우리가 누리는 풍요와 자유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돌아보며,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나라를 위해 피 흘린 미군들에게 애도를 표해야 한다. 그때 그 시절 장진호의 기억은 6.25를 체험하지 않은 세대들도 함께 나누어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집단적 기억과, 역사를 쓰는 세대는 그 지옥을 체험 하지 않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 치열했던 전투를 알지 못하는 세대들에 의해 미군의 공훈이 사라저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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