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폭탄테러’로 남편 고 김재익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잃은 이순자씨가 평생 모은 20억원을 서울대에 기증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분의 뜻에 따라 아프리카 등 제 3세계의 젊은 학생과 관료들이 서울대에 와서 경제정책을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기사를 보자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10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스위스에서 2년간 일을 하고 있던 남편과 주말여행으로 비엔나에 다녀오던 기차 안에서의 일이었다. 여섯 명이 앉는 기차 칸에 둘이서만 앉아 편안하게 시골풍경을 즐기고 있던 중 찰스부룩근처 작은 역에서 몇 명의 승객이 올랐다. 승객들이 이 칸은 그냥 지나갔으면 했는데 얼굴이 칠흑처럼 까만 비쩍 마른 청년이 조심스레 들여다보더니 맞은편 구석에 앉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우리가 유색인종이라 마음이 편했었나보다 하면서 무얼 하나 슬쩍슬쩍 살펴보니, 책장을 조용히 넘겨가며 책을 보고 있었다.
남편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는 듯 그 청년에게 무슨 책을 읽느냐고 물었다. 그 청년의 입에서 는 놀랍게도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 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러 온,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관심이 많은 국비유학생이었다.
그의 조심스런 모습에서 초창기에 선진국으로 유학을 떠나 조심스레 살았을 많은 이들의 고충이 보였고, 그의 반짝이는 눈에서 그가 이룰 조국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면 과장일까?
큰 슬픔을 딛고 ‘김재익 펠로십 펀드’를 만들어 우리가 받았던 도움을 되돌려준다는 이순자씨의
아름다운 뜻으로,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그때 그 기차간의 청년은 지금 쯤 무얼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김효숙/템플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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