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가 그린 희귀 비단 풍속화”라는 제목의 기사(한국일보 1월3일자, A13면)를 뜻 깊게 읽고, 몇 마디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 글을 쓴다.
단원 김홍도가 ‘과거시험 풍경’을 그린 귀한 작품을 북가주의 한 미국인이 소장하고 있다는 기사인데, 신문에 실린 도판을 보니 과연 대담한 화면 처리에 과거시험의 긴장감을 실감나게 표현한 대가의 빼어난 솜씨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표암 강세황의 화찬(畵讚)이 붙어 있으니 더욱 귀한 작품인 것 같다.
단원과 표암의 돈독한 관계는 두 분이 합작으로 그린 호랑이 그림으로도 유명하다.
설사 이 작품이 단원의 그림이 아니라 하더라도, 표암이 화찬을 붙일 정도였다면 예사 그림이 아님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니, 그림 값은 상당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미국에는 이런 좋은 작품이 더 많이 있을 것이고, 그런 우리 문화재를 찾고 지키는 일에 미주 한인들이 앞장섰으면 하는 것이다.
6.25 한국전쟁의 비극을 겪으면서 한국의 많은 문화재들이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참전용사들이 귀국하면서 많은 미술품들을 선물 또는 기념품으로 가지고 오기도 했고, 전후 복구와 재건사업에 참여했던 민간인 중에서 그런 쪽에 관심 있고 눈 밝은 이들이 본격적으로 가져 오기도 했다. 사람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전쟁 통이었으니 물건의 운명이야 오죽했으랴. 그렇게 미국 가정에 입양된 우리 문화재가 얼마나 될지에 대한 통계는 물론 없다. 얼마나 많을지 알 수가 없다.
6.25 한국전쟁이 이미 60주년을 지났으니, 참전용사들은 이제 노인들이다. 많은 분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살아 있는 이들도 고령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가지고 온 기념품이 소장자 본인에게는 청춘의 추억을 상징하는 의미 있는 물건이겠지만, 후손들에게는 그저 신기하고 이상한 물건일 뿐이다. 고물로 여겨질 확률이 매우 높다. 특히 종이로 된 그림의 경우 보존상태가 나빠서 제 대접을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혹시, 이웃에 한국전 참전용사나 미망인이 있으면, 찾아가서 친교를 나누며, 실례 안 되게 집안을 둘러보고, 혹시 그런 물건이 없는지 물어보면 좋겠다. 빈손으로 가지 말고 우리 한국식으로 선물이라도 가지고 가면 더 환영 받겠지…
이런 숨은 문화재를 전문적으로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지만, 미국이 워낙 넓으니 교포들이 관심을 가지고 앞장 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물론 한국 물건이 있다 해도, 대부분이 관광상품 수준의 기념품이겠지만, 그러나 만에 하나 옛날 그림이나 때깔 좋은 도자기나 어쩌면 박수근이 가난했던 시절 미군부대에서 열심히 그렸다는 그림을 만날 수도 있는 일이다.
지금은 나이 들어 외로울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면 이웃과 친구 되는 일이니 그것만으로도 애국이요, 영어 공부도 되고, 혹시라도 좋은 물
건을 찾으면 노다지(?)이니 일석다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한국전 참전용사 위안행사를 개최할 때도 음식 대접과 공연에 그치지 말고, 좀 번거롭겠지만 집에 가지고 있는 한국 문화재를 가지고 오도록 해서 감정을 해주면 뜻밖에 결과를 얻을지도 모를 일이다.
골동품과 고물의 차이는 문화재를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장 소 현 <극작가·미술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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