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 어린 시절·마약 체포·정학
사건당일 차에서 검은 가방 꺼내
애리조나주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제러드 러프너가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증거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총상을 입은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되는 욕설 메모가 그의 집에서 발견되고, 사건 당일 행적도 가족과 목격자들의 증언 등으로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것.
아울러 러프너가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등 불우한 유소년기를 보냈다는 주변의 증언이 잇따르면서 사회 부적응자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택서 욕설메모 발견 = 애리조나주 피마 카운티 당국자는 11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프너의 집에서 ‘이 X, 죽어라’(Die, bitch) `경찰들, 죽어라’(Die, cops)라는 메모가 발견됐다면서 `X’는 기퍼즈 의원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참사가 발생하기 전 경찰이 러프너의 집을 한 차례 이상 찾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당국이 이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방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건 당일 검은 가방 들고 달아나 = 클레어런스 듀프닉 피마 카운티 보안관은 사건 당일인 지난 8일 오전 러프너가 차량 트렁크에서 검은 가방을 꺼내는 것을 그의 아버지가 본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러프너는 당시 아버지가 다가가자 뭔가를 중얼거린 뒤 달아났으며, 이후 몇 시간 뒤 택시를 타고 범행현장에 나타나 기퍼즈 의원을 비롯한 행사 참가자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프너는 특히 지난해 11월30일 집 근처 가게에서 권총을 구입한 뒤 긴 탄창을 끼울 수 있도록 총을 개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우한 가정환경 `문제아’ = 러프너는 지난 2008년 10월 매직펜으로 도로 표지판에 `기독교’(Christianity)를 나타내는 알파벳 `C’와 `X’자를 써서 공공기물을 훼손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2007년에는 마약용품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돼 재범방지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해 군대에 지원했으나 약물 테스트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으며, 지난해 9월에는 유튜브에 학교를 비난하는 동영상을 올려 정학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이웃은 러프너의 부모가 러프너를 버려두고 일주일간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도 했고, 종종 수퍼마켓에 나타난 그의 어머니는 항상 30개 이상의 맥주를 카트에 담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러프너는 또 헤비메탈과 프로그레시브 록을 즐겼고 태극권과 같은 명상활동과 영화에 심취하기도 했으며,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나 `루즈체인지’와 같은 음모이론을 좋아했다고 주위 사람들은 전했다.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까 = 일각에서는 용의자 러프너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 정신이상 증세 등을 들어 학교와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이번 참사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는 30여명의 희생자를 낸 지난 2007년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당시에도 제기됐던 논란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메릴랜드대 리사 딕슨 교수는 “간단히 설명하기를 원하지만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켄 덕워쓰 하버드의대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어 손이 묶여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신질환자연맹(NAMI)의 마이클 피츠패트릭 대표는 그러나 “전국적으로 정신건강 관리시스템이 붕괴돼 있는 상태”라면서 “애리조나주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를 줄였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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