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보면 ‘돌아가라(Detour)’라는 표시를 발견할 때가 있다. 좀 불편하긴 해도 몇 블록을 돌아가면 이내 가던 길을 다시 만나게 되기에 별 불편함 없이 돌아가야 할 길을 가곤 한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돌아가는 것이 손해가 아니다. ‘돌아가라’는 표시가 있는 것은 전방에 공사를 하고 있거나 무슨 사고가 났거나 해서 직진을 할 수 없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직진을 했다가는 뒤로 빠져 나오기도 힘들어 더 고생할 수 있다.
우리들의 삶 속에서도 돌아가야 할 때가 있다. 물론 운이 좋아 승승장구 하는 사람의 경우도 가끔 있지만, 대개의 경우 이런 저런 난관과 역경을 겪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이라는 긴 여정의 모습이다.
다만 우리가 어떤 역경과 고난을 당할 때, 눈앞에 태산이 가로막고 있고 눈앞에 바로 큰 계곡이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운전을 할 때와는 달리 ‘돌아가라’는 사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갈 길이 영원히 막힌 것은 아니다. 직진이 어렵다면 돌아가는 길도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오르지 못한 산도 없고, 우리가 다리를 놓지 못할 계곡도 없다.
언젠가 ‘좋은 생각’이란 월간지에서 ‘빈대 철학’이란 글을 읽었다. 현대 그룹을 창업한 고 정주영 회장이 청년 시절에 겪은 이야기이다. 그는 당시 인천 부두에서 막 노동을 하고 있었는데,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방을 얻지 않고 노동자 합숙소에서 잠을 잤다.
낡고 낡은 합숙소는 빈대의 천국이었다. 밤새도록 빈대에 물려 빈대를 잡는 전쟁을 치렀지만 그에겐 역부족이었다. 그는 합숙소 한쪽에 밀쳐놓은 기다란 상을 가져와서 신문지를 깐 뒤, 그 위에 올라가서 잠을 잤다.
하지만 빈대들은 상다리를 타고 올라와 그를 괴롭혔다. 그 때 그의 머리에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얼른 수돗가에 가서 대야 네 개를 가져와 상다리에 하나씩 바치고 거기에 물을 부어 두었다.
아무리 악착같은 빈대라도 대야를 타고 오르다가 물에 빠져 더 이상 올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잠자리에 들었지만 다시 빈대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
"빈대들이 어떻게 탁자 위로 올라 왔을까?" 하며 불을 켜고 살펴보니 빈대들은 아예 벽을 타고 천정으로 올라가 그를 향해 공중낙하를 시도한 것이었다. 그 순간 그는 무릎을 탁 쳤다. 빈대도 저렇게 전심전력으로 연구하고 필사적으로 노력해 제 뜻을 이루려는데, 인간인 내가 빈대만도 못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날 빈대에게서 얻은 교훈은 그가 어려운 일에 부딪힐 때마다 이겨 낼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경기가 어렵다고 사방에서 야단이다. 특히 소규모 자영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은 한인사회가 더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막히면 돌아가면 되고, 칠흑 같은 밤일지라도 새벽은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연말에 소비자 지수도 좋았고 연초의 주식시장의 장세도 좋다. 새해에는 확실히 작년보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 믿으며 살자.
이세희
Lee & Asso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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