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LA 한인 타운 재개발을 논의하는 공청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타운의 주민들과 30개가 넘는 주요 한인 단체가 참가해 200석이 넘는 한국문화원 강당을 가득 채우는 성황을 이뤘다. 참석한 정치인들과 보좌관들은 보통 주민 모임에 20명 이상이 참가하는 경우가 드문데 비해 한인 타운에서 200명 이상이 공청회에 참석한 점에 매우 큰 인상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20명이라는 숫자다. 필자가 지금까지 참여했던 타 지역의 공청회나 지방자치회의 등을 돌이켜 보아도 20명 이상의 인원이 참가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심지어 연방의회나 시의회 회의가 중계되는 것을 TV나 인터넷을 통해 보더라도 많은 경우 거창하게 넓은 회의장에 비해 썰렁할 정도로 소수의 시민이 참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종종 회의에 참석한 20여명의 가량의 사람이 특정 사안에 한 목소리를 내면서 회의 분위기를 주도하게 되고 그 사안의 결정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을 보았다.
아무리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안이라 하더라도 생업에 묶여있는 현대인들이 따로 시간을 내어 관련 회의를 찾아서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협력하여 공동 행동을 취하면 의외의 결실을 쉽게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주류사회 중산층 백인 주민들이나 유대인 커뮤니티는 단체 활동을 통해 이와 같은 지역 정치 의사 결정 구조를 본인들의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공청회를 준비하며 한인 커뮤니티에 중요한 3개의 그룹이 떠올랐다. 첫째로 상대적으로 일정에 여유가 있는 한인 사회의 어른들이 지역에 관련한 모임에 참가해 객석을 채워주는 것 만으로도 그 모임의 무게가 달라진다.
둘째는 자녀를 교육하는 어머니들이다. 자녀의 손을 잡고 민주주의 현장에 주인으로서 참가하는 모습은 자녀들이 이 땅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살아가게 하는 귀중한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다.
셋째는 우리 지역 사회에서 학교에 다니거나 직장 생활 및 사업을 하는 젊은이들이다. 아직 미래를 위해 투자할 시간과 기운이 여유로운 젊은이들이 앞장서서 개인의 미래가 공동체의 미래와 연관돼 있다는 큰 그림을 파악해 공동체 목소리의 몰이꾼이 되어 주어야 한다.
고향이란 그저 몸이 얹힌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노력한 자취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고향 없이 떠돌지 않고 한인 타운을 푸근한 고향으로 기억하길 바란다.
각 동문회나 각종 모임 별로 해마다 한 명씩 지역 사회 각종 공청회 등 회의에 참석하는 임원을 배정해 커뮤니티 역할을 담당해 줄 것을 제안해 본다. 그렇게 한다면 아직 소아적인 테두리에 모여 있는 동문회들은 공동체에 진정한 뿌리를 함께 드리우는 귀중한 가능성을 발견하리라 기대해 본다. 다음 공청회나 지역 회의에는 더 많은 어르신들과 자녀와 함께 참석한 어머니들, 그리고 우리의 젊은이들이 더 많이 참여하기를 기대해본다.
김현철 LA한인상의 코리아타운 개발소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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