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열렸던 펜 문학 시상식에 박수쳐 줄 사람이 없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남편을 뒤로하고 워싱턴을 떠나던 날 나는 마음이 조금 쓸쓸했었다.
그런데 어느새 연락들을 했는지 11명의 여고 동기 동창들과 선배님, 그리고 옛날 여고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친척들의 깜짝 출현은 나를 정말 깜짝 놀라게 했다.
다음날 새벽 5시, 어둠속에 손전등과 자동차 불빛으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만난 친구들을 보며 나는 뿌듯한 행복감에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이게 몇 년 만이야,’ 어느새 그 오랜 세월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는 다시 여고 교실에 온 것 같았다. 혜란아, 너 어떻게 지냈니? 하는 소리가 마치 너 어제 숙제 다 해왔니? 하는 정겨운 목소리로 들려왔다. 어쩌다 모두 미국에 와서 처음 힘든 세월을 모두 다 잘 견뎌내고 건강하게 우리 다시 만났다.
우리가 가는 곳은 샌디에고 쪽으로 2시간 반 쯤 걸리는 워너 스프링이라는 유황 온천과 골프장이 있는 곳이었다. 마침 그곳 펜클럽 이사장의 배려로 함께 붙어있는 방에서 머물며 마치 여고 시절처럼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지나간 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은 깊었다.
세월은 어째 이리도 빨리 간 걸까. 이러다 몇 번 못보고 떠나는 것은 아닐까.
바쁜 미국 생활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올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이혜란/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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