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는 나는 한손에 항상 펜을 들고 있다. 그리고 어떤 생각이 날 때마다 혹은 무슨 말을 들을 때마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어딘가에 메모를 한다.
한국에서 기숙사 사감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본관 사무실까지는 10분가량 걸어야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본관 사무실에서 지시하는 모든 업무는 전화로 내리거나 자전거를 타고 와서 일일이 보고하는 시절이었다.
어느 날 기숙사 사감이라는 감투(?)를 쓴 나는 어김없이 전화를 붙잡고 통화내용의 일부를 메모 식으로 적어가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후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였다. 부장이 기숙사를 방문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예전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시했는데 이루어 지지 않았다며 나에게 꾸지람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마침 그때 메모를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차 한 잔을 대접하고 마주 앉아서 내 책상위의 탁상일력을 한 장씩 넘기며 부장과의 대화 내용을 조목조목 일깨웠다. 그러자 부장은 아무 이야기도 못하고 일어나면서 “사감 선생이 너무 완벽해 할 말이 없네요”라면서 기숙사를 떠났다.
그 후로도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서 몇 번이나 같은 일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나의 메모는 빛을 발하면서 많은 도움을 주는 벗이 되어왔다. 오늘도 나는 펜을 들고 있다.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이 같은 습관을 버리기 힘들어 펜은 나의 손을 떠날 줄 모른다. 그러나 메모하는 습관으로 인해 그때마다 잊지 않고 고마움을 느낄 때가 많다. 오늘부터 손에 펜을 들고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보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
김가연/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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